자유칼럼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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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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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칼럼그룹이 9월로 창립 2주년을 맞았습니다. 성원에 감사 드립니다. 이어령 전 문화부장관님과 문학평론가인 이태동 서강대 명예교수님의 축하메시지를 독자 여러분과 함께 읽으며, 더 폭 넓고 공정한 생각과 좋은 글로 우리 사회의 발전에 기여할 것을 다짐하고자 합니다. 감사합니다.<자유칼럼 그룹>
마르지 않는 붓
이어령 전 문화부장관 일본의 사무라이 야시키(屋敷 ㆍ저택) 앞에는 작은 모래더미가 있다. 소방용이 아니다. 위급한 일이 생겨 출진할 때 칼을 갈 틈이 없기 때문에 비상 장치를 마련해둔 것이다. 사무라이들은 집을 나설 때 칼을 빼어 이 모래더미를 쑤신다. 그러면 녹이 벗겨지고 날이 선다. 그렇다면 한국의 선비 집에는 무엇이 있을까. 선비들이 거처하는 방에는 문방사우(文房四友)가 있어 늘 글 쓰는 준비가 되어 있었다. 심지어 책과 문방사우를 그려놓은 민화병풍은 세계에서 오직 한국뿐이라고 생각된다. 일본의 사무라이들이 언제든 도코노마(床の間)에 칼을 장식하고 문 앞에 모래더미를 쌓아두었다면 한국의 선비들은 언제든 붓을 들어 글을 쓸 수 있는 지필묵을 쌓아두었다. 칼을 간다는 말은 들었어도 붓을 간다, 펜을 간다는 말을 들은 적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칼을 오래 쓰지 않으면 녹이 슬듯이 글도 오래 쓰지 않으면 펜에 녹이 슨다. 그래서 참다운 선비, 시대를 사는 선비인 기자들은 늘 칼을 갈듯이 펜을 간다. 은퇴 후에도 기자는 기자로 죽는다. 기자에는 노병이 없다. 여기 자유칼럼그룹이 바로 그렇다. 전ㆍ현직 언론인과 각계 전문가들로 이루어진 칼럼 사이트는 한국의 선비정신, 주야로 펜을 가는 모습과 그 뜻을 우리에게 보여준다. 필객(筆客) 논객(論客)의 객에서 영원한 글의 주인(主人)이 된다. 여기 이 자유칼럼은 고정된 신문사가 아니라 스스로 글 주인이 되어 자기 집 앞에 펜을 가는 모래를 마련해 둔 것이다. 그것이 바로 자유칼럼 사이트이다. 영원히 마르지 않는 붓을 든 사람, 평생 녹슬지 않는 펜을 들고 살아온 분들에게 경의와 함께 축하를 드린다.
자유칼럼니스트 여러분께
이태동 서강대 명예교수ㆍ문학평론가 아직 어둡기만 한 우리 사회를 밝히는 횃불을 들기 위해 여러 가지 어려운 가운데서도 뜻있는 칼럼니스트 여러분이 모여, 자유로운 필봉의 결사(結社)를 조직하시고 깨우침이 있는 많은 훌륭한 글을 발표하신 지 벌써 2년이 된 것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그러나 이렇게 뜻밖의 축하 말씀을 몇 마디 드립니다만, 특별한 자격이 있어서가 아닙니다. 다만 제가 대학에서 영문학을 가르치면서도 외도를 하며, 우리나라 일간신문에 10 수년간 쉬지 않고 글을 써왔기 때문에 여러분과 동료의식을 갖고 여러분의 노력의 얼마나 힘들고 의미있는 일인가를 알고 있다는 이유로 축하의 말씀을 드립니다. 신문은 소설의 경우와 같이 18세기 영국에서 뜻있는 지식인 문필가들이 찻집에 모여서 계몽주의 성격이 짙은 사회적 담론을 시작하면서 만들어졌습니다. 그래서 신문이 오늘날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여러 분야에 걸쳐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하는 기업으로 발전했습니다만, 처음 소수의 지성인들이 서로 나누었던 지적 담론의 정신은 그대로 남아 있고 또 그것이 칼럼 형식으로 발전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들이 읽고 있는 제도권 내 신문의 칼럼에는 피할 수 없는 한계가 있습니다. 우선 지면이 제한되어 있고, 지면이 있다 해도 상황과 회사의 요구에 따라 자의반 타의반으로 글을 써야만 할 때가 많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생각하면, 자유칼럼은 필자가 정말 하고 싶고 쓰고 싶은 내용을 담아내는 글이 되니, 신문이 시작될 때의 순수한 정신을 되찾는다는 의미를 갖게 됩니다. 여러분의 칼럼을 읽는 독자의 수는 신문의 그것과 비교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지금은 다행히 네티즌들이 있기 때문에 여러분의 글을 읽는 독자의 수는 초기의 그것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많습니다. 여러분이 자유칼럼에 쓰시는 글도 웨인 부스(Wayne Booth)가 말한 ’현실과 가치가 일치된’ 훌륭한 저널리스틱한 담론을 펼친다면 언제나 적지 않는 독자를 만나게 될 것이며, 그것을 바탕으로 우리 사회는 한 걸음 더 발전할 것입니다. 자유칼럼그룹의 무궁한 발전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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