샐러리맨이 직장에서 가장 힘들어하는 문제는 대개 상사와 부하직원의 관계에서 발생한다. 하지만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괴롭히거나 해를 입히려고 하지 않는 이상, 그것은 코드와 스타일의 문제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일에 관한 각자의 스타일이 다르고 생각과 정서, 문화적 코드에 차이가 있으니 그것을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것이다. 이는 본질적으로 ‘이질적이고 낯선 것에 대한 거부감과 불편함’이라고 할 수 있다. 대개의 사람들은 자신에게 편하고 익숙한 것을 선호한다. 그러나 직장에서는 그렇게만 할 수 없으니 이것이 바로 상사와 부하직원의 관계를 껄끄럽게 만드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한다. 고전 《초한지》에서는 이러한 ‘이질적이고 낯선 것’을 오히려 적극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교훈을 준다. 이질성의 수용은 왜 필요한가 ‘이질적 존재’의 가치는 생각보다 위대하다. 그것은 부하직원을 발전시키고, 상사를 전진하게 하며, 더 나아가 조직의 미래 생존전략을 담보하는 역할을 한다. 그렇다면 왜 이러한 이질성이 새로운 발전을 가능하게 하는 것일까. 그것은 바로 개인의 삶이나 조직의 미래에 있어서 우리가 하는 예측이 상당수 빗나가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하기 전에 먼저 《초한지》의 에피소드부터 살펴보자. 애초 항우의 밑에 있던 한신은 나중에 유방의 부하를 자처하고 나섰다. 하지만 유방은 한신에 대해 딱히 반가운 마음이 없었다. 한신은 자신이 섬기는 주군을 자주 바꿨을 뿐만 아니라 특별한 재주가 있는 것처럼 보이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참모 장량의 강력한 추천으로 그를 대장군으로 올리긴 했지만 그 과정에서 심사가 약간 뒤틀린 것도 사실이다. 유방이 보기에 한신은 자신과는 좀 이질적인 존재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국 한신은 유방 밑에서 대장군이라는 큰 권한을 맡게 되었다. 유방이 이렇게 ‘마음에 들지 않는 이질적인 부하들’을 받아들인 사례는 적지 않다. 장량과 함께 최고의 참모이던 진평 역시 처음 인선을 한 뒤에 말이 많았다. 그래서 유방은 진평을 추천한 이를 호되게 몰아치기도 했고, 진평의 과거 행실에 대한 의심을 품기도 했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심지어 유방 스스로가 ‘가장 큰 원한을 가지고 있다’는 옹치라는 장수마저도 받아들여 조직 내에 머물게 했다. 유방은 이렇게 자의든 타의든 ‘자신과 다른 이질적인 부하’를 포용하는 모습을 여러 번 보여준다. 그렇다면 이러한 이질성의 수용은 어떤 결과를 가져왔을까. 그것은 유방과는 전혀 다른 스타일의 지혜와 전략전술, 그리고 또 다른 순발력을 유방에게 가져다주었다. 한신은 대장군으로서 한나라를 개국하는 으뜸공신이 되었으며 진평은 매 순간 천재적인 전략으로 유방의 진군을 도와주었다. 옹치 역시 죽음의 위험에 빠진 유방을 구해주었다. 유방의 승리는 곧 ‘자신과는 다른 이질적인 부하들의 도움’에 의해서 이뤄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
만약 자신과 정서나 코드가 맞는 사람만 가까이하고, 그렇지 않은 사람을 배척하면 어떻게 될까. 그것은 위기의 순간이 닥쳤을 때 급격한 몰락의 길을 스스로 만들어놓는 것과 마찬가지다. 비슷한 사람들끼리 모여 있다면 당연히 생각도 비슷할 것이고, 위기에서의 솔루션도 비슷할 수밖에 없다. 결과적으로 변화에 대한 다양하고 입체적인 대응을 하지 못하게 된다. 조직 차원에서도 마찬가지다. 비슷한 사람들끼리만 모아놓으면 평화롭고 안정된 것처럼 보이지만 새로운 환경이 펼쳐지고 돌발적인 변수가 제기된다면, 그들 역시 비슷한 대안만 만들 뿐이다. 만약 세상의 변화에 대한 우리의 모든 예상이 들어맞는다면, 이러한 비슷한 사람들끼리 친해지고, 이런 사람들로 조직을 만들어놓아도 상관은 없다. 하지만 우리의 예측은 빗나가는 경우가 더 많고, 예상치 못한 상황에 빠지는 경우는 흔하게 볼 수 있다.
이질적 존재들의 힘은 바로 여기에서 발휘된다. 그들은 다양한 스펙트럼을 가진 대안을 놓고 서로 다른 방식으로 입체적으로 대응하며, 더 나아가 그들을 도와줄 수 있는, 예상하지 못한 다양한 우군을 끌어오기 때문에 변화와 위기의 상황에서 종합적인 대처를 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결국 평소에는 익숙하지 않고 불편하던 이질적인 부하와 상사들이 위기의 순간에는 본인이 해결할 수 없는 색다른 대안을 마련해준다는 이야기다.
맹상군은 왜 3000여명 식객을 두었나 이질성을 수용해서 문제를 해결해나간 가장 대표적인 인물이 바로 제나라의 맹상군이다. 그는 전국시대에 가장 덕망이 높고 유명하던 신릉군·평원군·춘신군과 함께 ‘전국시대 4군(君)’의 한 명으로 불렸다. 그런 그가 나중에 재상이 되어 ‘맹상군’이라는 이름을 얻었을 때 제일 먼저 한 일은 3000명이라는 어마어마한 식객을 자신의 밑에 둔 것이었다. 그런데 이러한 식객의 구성 중 꽤 특이한 것이 바로 속칭 ‘개나 소나’ 다 모여 있었다는 점이다. 도둑질을 한 전과범, 문서위조 전문 사기꾼도 있었으며 닭 울음소리를 잘 흉내 내는 것을 자랑으로 삼는 개그맨 같은 사람도 있었다. 사실 말이 3000명이지, 그들의 매 끼니를 해결해주는 것만 해도 벅찬 일임에 틀림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맹상군은 군소리 없이 그들을 거느렸으며 모두에게 한결같은 대우를 해주었다. 하지만 그렇게 덕망 있던 맹상군이 한때는 죽음의 위기에 처하게 되었다. 위기속에서 목숨을 구한 맹상군 진나라 소왕이 맹상군을 승상으로 모셨을 때의 일이다. 맹상군은 진나라의 승상으로 가면서 선물로 호백구라는 것을 들고 갔다. 여우 몸에서 가장 부드러운 겨드랑이의 흰 털이 있는 부분의 가죽으로 만든 갖옷이었다. 이것 한 장을 만들기 위해서는 수천 마리의 여우가 필요했으니 그 가격은 실로 어마어마한 것이었다. 이렇게 해서 맹상군은 진나라의 승상으로 갔지만 문제는 원래부터 진나라에서 권력을 잡고 있던 벼슬아치들이었다. 이들이 심각하게 불평불만을 해대자 결국 소왕 역시 마음이 바뀌어 맹상군을 죽이기로 결심했다. 이 사실을 안 맹상군은 필사적으로 탈출을 해야만 했다. 하지만 성 안에 갇혀 있는 이상, 무작정 달려 나간다고 해결될 일은 아니었다. 일단 소왕의 허락을 얻어야만 했고 성문을 빠져나갈 수 있는 증명서가 있어야 했던 것이다. 그런데 소왕의 마음을 바꿀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 있었으니 바로 소왕의 애첩 연희였다. 이에 맹상군이 연희에게 부탁을 하자 연희가 조건을 제시했으니 ‘호백구를 선물로 달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미 소왕에게 선물로 바친 호백구를 어찌한단 말인가. 맹상군이 절망스러워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을 때 나선 사람이 바로 식객 중 하나이던 도둑이었다. 절도에 있어서만큼은 뛰어난 소질을 갖고 있었으니, 그가 몰래 다시 황궁으로 들어가 호백구를 훔쳐내었다. 맹상군이 호백구를 연희에게 선물하자, 연희는 소왕에게 애교작전을 펼쳐 드디어 허락을 받아낼 수 있었다. 하지만 너무 다급한 나머지 성문을 통과할 수 있는 통행증까지 받지는 못했다. 이때 과거의 문서위조범이 나섰다. 눈 깜짝할 사이에 통행증을 위조해내니 또다시 살아날 방법이 생긴 것이다. 다시 말을 달려 새벽 즈음에 마지막 성문에 도달했지만, 그때 소왕의 군사들이 맹상군 일행을 쫓아오고 있었다. 마지막 성문에 도착한 맹상군 일행은 서둘러 성문을 통과하려고 했지만 문제는 새벽이 되지 않은 이상 성문 자체가 열리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하지만 새벽이 오기까지 기다린다는 것은 곧 뒤쫓아오는 소왕의 군대에게 잡힌다는 것을 의미했다. 이때 개그맨이 나섰다. 자신이 닭 울음소리를 내서 성 문지기를 속인 후 성문을 열게 하면 어떻겠냐는 것이었다. 그가 기가 막히게 흡사한 닭 울음소리를 연신 내기 시작하자 결국 아침이 밝아온 것으로 착각한 문지기가 성문을 열었고 맹상군 일행은 무사히 탈출할 수 있었다. ‘다른 것’이 만들어 내는 엄청난 시너지 만약 맹상군에게 도둑, 문서위조범, 개그맨이 없었다면 어땠을까. 맹상군이 목숨을 구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이러한 자신과는 전혀 다른 이질적인 부하들을 두었기 때문이다. 맹상군이 할 수 없는 방법, 생각지도 못한 계책들을 이질적인 부하들이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조직 내에서 자신과 다른 이질적인 성향을 지닌 상대방, 그래서 코드와 문화가 전혀 다른 사람들조차도 감싸안고 포용해야 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그것은 결국 부족한 우리의 예측력을 보완해주어 미래에 대한 한층 강한 대응력과 자신감을 줄 수 있다. 그러니 성공하는 샐러리맨의 진정한 자세는 ‘불편한 것’에서 배우고, ‘다른 것’에서 보완하며, ‘낯선 것’에서 자신에게 없는 새로운 면모를 찾아내는 일이다. 그것이 지속적인 삶의 발전을 도와줄 것이며, 불안한 미래에 대한 자신만의 대안이 되어줄 것이기 때문이다. 이남훈<자기개발·경제경영 전문작가> 직장에서 가장 힘든 문제는 상사와 부하직원의 관계에서 발생한다. 하지만 대부분 그것은 코드의 차이다. 즉 이질적이고 낯선 것에 대한 거부감과 불편함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전과범부터 사기꾼에 개그맨까지 3000명의 식객을 두었던 맹상군은 바로 그렇게 자신과는 전혀 다른 부하들을 거둔 덕에 위기의 순간 목숨을 구하게 된다. 이것이 조직 내에서 자신과 다른 성향을 지닌 상대방을 포용해야 하는 이유다. 성공하고 싶다면 불편한 것에서 배우고, 다른 것에서 보완하며, 낯선 것에서 새로운 것을 찾아내는 법을 익혀야 한다.
老馬之智 늙은 말의 지혜라는 뜻으로 아무리 하찮은 것이라도 저마다 장기나 장점을 지니고 있음을 의미한다. 유래=《한비자 韓非子》의 <세림 說林 상편> 힘없는 늙은 말·보잘것없는 개미에게서 얻는 지혜춘추시대 제나라 환공 때의 일이다. 어느 해 봄 그는 재상 관중과 대부 습붕을 대동하고 고죽국을 정벌하러 떠났다. 그런데 예상보다 전쟁은 길어졌고, 그해 겨울이 되어서야 전쟁이 끝나게 되었다. 혹독한 추위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최대한 빠른 시간 내에 귀국하는 것이 관건이었다. 설상가상으로 혹한을 피해 빨리 돌아오는 길을 찾다 길까지 잃고 말았다. 모두 진퇴양난의 상황에서 우왕좌왕하고 있는데, 관중이 나섰다. 지금은 늙은 말의 지혜가 필요할 때입니다. 늙은 말 한 마리를 자유롭게 풀어놓고 그 뒤를 따라가자 얼마 지나지 않아 큰 길이 나와 위기를 모면할 수 있었다. 그다음에는 산길을 행군하다 물이 떨어져 군사들이 갈증에 시달렸다. 그러자 습붕이 말했다. “이럴 때는 개미가 필요합니다. 흙이 한 치쯤 쌓인 개미집이 있으면 아래 물이 있을 것입니다.” 군사들이 서둘러 개미집을 찾아 밑을 파보니 그의 말대로 샘물이 흐르고 있었다. 아무리 하찮아 보이는 사람들도 누구나 자신만의 재주는 가지고 있다. 설령 그가 힘없는 말이나 보잘것없는 개미처럼 보일지라도 반드시 어떤 면에서는 문제해결 능력을 갖추고 있다. 지금 힘이 없어 보인다는 이유로 그들을 무시하지 말라. 어려운 위기 앞에서 언젠가는 그들의 지혜를 구할 날이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출처=《사자소통, 네 글자로 끝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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