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 은빛 비늘의 '바다 야생마'…헉! 그게 중치라고?
2013-04-04 [07:46:05] | 수정시간: 2013-04-04 [08:29:43] |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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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성실스타 바다 필드테스터로 활약하는 블루윙 호 이희성 선장이 은빛 비늘이 찬란한 75㎝짜리 농어를 들어 보이고 있다. |
"대를 눕히세요." 주문이 빗발쳤다. 당황한 초보 루어꾼에 걸려든 농어는 바늘털이도 한번 해보지 못하고 최종적으로 선장에게 '강제집행'되었다. 은빛 화려한 비늘을 가진 바다의 야생마. 뱃전에서 헐떡이는 놈을 보며 놈의 크기와 풍체에 압도당했다. "중치급 정도네요." 선장이 말했다. '75㎝가 중치라니?' 농어가 이런 고기였던가.
■겨우내 자란 몰밭의 농어
농어를 기자가 걸었느냐? 엄밀히 말하면 기자가 잡은 고기가 아니었다. 입질을 받자 취재 걱정이 앞섰고 사진을 찍어줄 사람도 없었다. 절반쯤 끌어올리다 블루윙피싱 이희성(33) 선장에게 대를 넘겼다. 원래 루어대도 이 선장에게서 빌린 것이었다.
노련한 선장 손에 넘겨진 농어가 주눅이 들었던가. 전매특허인 바늘털이도 없었다. 농어는 바늘에 걸리면 완강하게 저항한다고 한다. 수면을 박차고 올라 큰 입을 좌우로 흔드는데 이때 바늘이 벗겨지기 십상이라는 것. 그래서 경험이 많은 루어꾼들의 입에서 "대를 눕혀라"는 이야기가 터져나왔다.
이른 새벽에 울산시 울주군 서생면 나사리해수욕장에 도착했다. 이곳 간절곶 일대는 거친 파도와 포말이 치면서 베이트 피시(먹잇감 물고기)가 풍부해 대형 농어들이 자주 출몰하는 곳이다. 아직 본격 시즌이 시작되지 않았지만, 겨우내 자란 몰밭 아래서 농어가 벌써 움직이기 시작했단다.
농어는 11월~4월까지 다소 깊은 수심의 바다에서 알을 낳은 뒤 봄부터 여름 내내 해안에서 멸치를 잡아먹으며 살을 찌운다. 그래서 연안에서 도보로도 가능한 것이 농어루어낚시다.
미끼로는 웜(지렁이 형태의 말랑말랑한 인조미끼)이나 미노를 다 사용하지만 아무래도 큰 농어는 미노에 입질이 잦다. 그러고 보니 농어는 눈이 밝은 고기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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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 농어를 걸어낸 250㎜ 황금빛 미노. |
■포말이 이는 돌출여 노려라

합사와 '루어 록-스냅 도래'로 연결된 미노는 잘 견뎌주었다. 보통 원줄을 약하게 쓰기 때문에 카본 소재의 쇼크리더를 하는 경우가 기본. 4호 정도의 카본 줄을 미끼 인근에 60㎝~1m 정도의 목줄 형태로 더 다는 것이다. 아무래도 해안에서 루어낚시를 하면 바위나 굴껍질에 쓸릴 가능성이 많기 때문에 쇼크리더는 원줄보다 굵다. 쇼크리더는 미노가 몰에 걸렸을 때 원줄을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이날 이 선장은 원줄에 직접 미노를 달아주었다.
이 선장은 바다에 미쳤다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다. 아직 미혼인데 바다가 좋아 장가를 아직 가지 않았다. 낚시가 얼마나 좋았는지 중학교 때는 고향 기장에서 통영까지 시외버스를 타고 낚시를 다니기도 했단다. 결국 월간 바다낚시의 기자가 되었고, 낚시가 너무 하고 싶어 그만두고 전문낚시꾼이 되었다. 지금은 조구업체 은성실스타 바다 필드테스터로 활약하며 하고 싶은 낚시를 마음껏 하고 있다.
원래 취미가 업이 되면 좋지 않다고 하지만, 이 선장은 도무지 낚시가 아니고선 다른 일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던 것이다.
■4월 중순 입질
동이 틀 무렵까지 열심히 루어를 해안을 향해 던졌으나 더 이상의 고기는 나오지 않았다. 전날보다 1도 정도 수온이 떨어진 것이 입질이 없는 결정적 요인. 이 선장은 수온이 떨어지면 농어도 활성도가 떨어져 미끼를 따라오지만 물지는 않는다고 한다. 이런 날씨에는 농어가 자기 머리 위에 떨어진 미노를 등으로 툭 치기도 하는데 어쩌다 바늘에 걸리는 수도 있으나 아무래도 벗겨질 확률이 높다.
바닷물의 수온이 상승하는 4월 중순이면 미노가 떨어지는 족족 입질을 받는다고 한다. 이럴 땐 대물 농어도 출현하는데 미터급 농어가 간혹 나온다고. 농어는 1m 정도까지 크는데 90㎝를 넘어서는 놈을 '따오기'라고 낚시인들은 부른다.
한 배를 탄 운명이라고 했던가. 이날 농어 루어낚시를 떠난 블루윙호에는 기장에서 온 부자 조사 이우일(67) 태경(38) 씨도 있었다. 민장대로 벵에돔을 낚아온 이우일 씨는 서울 사는 아들이 배낚시를 가 보자고 해서 함께 탔다. 찬 수온 탓에 풍성한 조과를 얻지 못했지만 매우 만족해하는 분위기였다.
울산서 온 루어꾼 김희열(44) 조사는 4년 경력의 바다 루어꾼이었다. 이날 원하던 농어를 걸어내지는 못했지만, 그의 농어 낚시는 이제 시작일 뿐이다. 취재에 동참한 국민생활체육 전국낚시연합회 홍성하 차장의 멀미 기운도 해가 중천에 떠오르자 한결 나아졌다.
배에서 내리자 부족한 잠과 흔들린 배에서 온 피로가 겹쳐 '좀비' 상태가 되었다. 하지만 한 가지, '따오기 농어'가 설쳐대는 4월 중순이 되면 취재가 아닌 낚시하러 한번 와야겠다는 계획은 뚜렷하게 섰다. 낚시문의:010-2022-4591(블루윙피싱) 글·사진= 이재희 기자 jaehee@busan.com
TIP
루어(Lure)
'꾀다' '유혹하다'는 뜻으로, 나무나 깃털, 플라스틱, 실리콘으로 만든 인조 미끼다. 바닷물고기는 자기보다 작은 물고기를 먹는 육식성 어종이 대부분인데, 루어낚시는 이 같은 특성을 이용해 이들 물고기가 즐겨 먹는 먹이(베이트 피시)를 인공적으로 만들어 사용하는 낚시다. 일부 어종의 경우 생미끼를 쓸 때 보다 오히려 조과가 더 좋다고 한다. 아이로니컬하게도 가짜가 진짜를 잡는 셈이다.
루어(Lure)
'꾀다' '유혹하다'는 뜻으로, 나무나 깃털, 플라스틱, 실리콘으로 만든 인조 미끼다. 바닷물고기는 자기보다 작은 물고기를 먹는 육식성 어종이 대부분인데, 루어낚시는 이 같은 특성을 이용해 이들 물고기가 즐겨 먹는 먹이(베이트 피시)를 인공적으로 만들어 사용하는 낚시다. 일부 어종의 경우 생미끼를 쓸 때 보다 오히려 조과가 더 좋다고 한다. 아이로니컬하게도 가짜가 진짜를 잡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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