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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안리해수욕장의 민락어촌체험관광연합회 정상용 조합장이 광안리 앞바다에서 씨알 좋은 전갱이를 걸어내고 있다. 광안리에서는 요즘 전갱이와 성대, 보리멸 등 다양한 여름 어종을 잡을 수 있다. |
발아래 보석이 있다. 좋은 낚시터는 주변에 있다는 얘기다. 광안리도 그중의 하나다. 광안리에 대형 전갱이가 대거 출몰한다기에 한달음에 달려갔다. 민락어촌체험관광연합회 정상용 조합장(010-3560-6353)의 도움을 받아 노 젓는 보트를 타고 전갱이 낚시에 나섰다.
■보트도 타고 낚시도 하고
해수욕장에서 무슨 낚시냐고 물을 수 있겠지만, 보트가 있으면 가능하다. 물론 노를 잘 젓지 못해도 상관없다. 관리자가 모터보트로 배를 포인트까지 끌어다 준다. 돌아올 때에도 관리자에게 전화하면 된다.
"대전갱이가 붙었어요. 굵은 놈이 나옵니다." 정상용 조합장은 생활낚시터라고 얕잡아 보면 안 된다며 주의를 주었다. 나무섬, 형제섬까지 전갱이를 찾아 갔지만 시기를 맞추지 못해 못 잡고 돌아온 것이 몇 주 전이었다. 그런데 빤히 바라다보이는 눈앞의 포인트에서 굵은 전갱이가 쏟아진다니 반신반의했다.
"굵은 놈은 30㎝도 넘습니다. 어찌나 힘을 잘 쓰는지 끌어올리기가 힘들어요." 정 조합장의 말에 기대감이 점점 높아졌다. 모터를 장착한 관리선 뒤에 묶인 배는 시원하게 광안리 푸른 바다를 가르며 나아갔다.
협회 조합원 4명과 취재진은 각각 4대의 배에 나눠 타고 낚시를 시작했다. 그런데 '카고'(집어 미끼를 담는 통)를 가져왔냐고 조합장이 묻는다. 안 가져왔다고 하니, 조합원 한 분이 훌쩍 던져주었다. "전갱이는 밑밥에 대한 반응이 매우 빠릅니다. 카고를 단 채비와 그렇지 않은 채비의 조과는 10배 이상 차이가 납니다." 정 조합장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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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인용 보트. |
■살살 감아야 얼굴 본다
마음이 급해졌다. 관리선에 앉아 채비를 하는 기자를 물끄러미 보던 조합장이 바늘이 그것밖에 없냐고 했다. 카드 채비를 가져오라고 해서 묵혀 두었던 볼락 카드 채비를 챙겨 왔는데 바늘이 너무 작다는 것이었다. "바늘이 작으면 전갱이가 금방 떨어집니다. 최소한 12호 이상 돼야 합니다." 정 조합장이 선뜻 자기의 카드 채비 한 묶음을 나눠주었다.
바늘 제일 아래에 20호 봉돌을 단 뒤 채비를 바닥에 내렸다. "바닥까지 완전히 내리세요. 오늘은 물때가 좋지 않아 활성도가 좀 떨어져 고기가 바닥에 있네요." 벌써 서너 마리의 전갱이를 걸어낸 정 조합장이 조언을 해 주었다.
조금 떨어진 곳에 한 배를 탄 이창우 부산낚시연합회 회장과 김선관 한국조구경영자협회 회장은 고전을 하고 있었다. 다들 카고 채비를 써서 고기를 불러모으는데 일반 카드 채비를 사용하니 입질 빈도가 떨어졌다. 장비를 챙겨오라고 정보를 미처 제공하지 못한 탓이어서 죄송했다. 카고 채비에는 주로 20㎝가 조금 넘는 전갱이가 올라왔지만 30㎝에 육박하는 놈도 드물게 올라왔다. "오늘은 씨알이 너무 작네요." 정 조합장이 멋쩍게 웃었다.
'투두두둑~' 입질이 거세게 왔다. 큰 입질이 와서 릴을 힘차게 감았다. 그런데 중간쯤까지 팽팽하던 낚싯대가 갑자기 허전해졌다. 옆 보트에서 낚시를 하던 이창우 회장이 "전갱이는 주둥이가 약해 빨리 감거나 낚싯대를 잡아채면 다 놓친다"며 릴을 살살 감으라고 했다. 다시 채비를 내리니 연이어 입질이 왔다. 릴을 아기 다루듯이 살살 감았다. 이번에는 성공이었다. 은빛 찬란한 전갱이가 뱃전에 파다닥거렸다.

■손맛 다음에는 입맛
입질이 없던 이창우 회장과 김선관 회장이 탄 보트에서도 입질이 시작됐다. 그런데 낚시 채비에 뭔가 뭉툭한 것이 달려 있는 것이 아닌가. 물고기는 아니고, 시커먼 캔이 달려 있었다.
김선관 회장이 "우리는 카고가 없어 캔커피를 밑밥통으로 쓰고 있습니다. 고기 잘 올라옵니다"라고 말했다. 오랜 낚시 경험이 있는 이창우 회장이 기지를 발휘해서 먹고 남은 캔커피로 즉석 카고를 만든 것이다. 확실히 임시방편이라도 '카고'를 쓰니 입질 빈도가 달라졌다며 두 사람은 즐거워했다.
조류가 바뀌었는지 입질이 뜸해졌다. 자리를 약간 옮겨 낚시를 좀 더 즐겼다. 점심때가 넘어서자 갑자기 햇살이 살아나 따가웠다. 오후 1시쯤 철수했다. 고기도 잡을 만큼 잡았다. 다들 아침을 시원찮게 먹어 시장기가 돌았다.
광안리해수욕장으로 돌아온 배에서 내리려고 하니, 그 사이에 만조가 되어 해면이 제법 높아졌다. 잔교를 통해 내렸다. 수많은 편의시설이 갖춰져 있는 해수욕장이지만, 안전하게 보트를 타고 내릴 수 있는 접안 시설이 하나도 없는 것이 아쉬웠다.
그런데 보트가 해안에 닿자마자 마중을 나온 사람이 있었다. 자전거를 타고 나온 인근 주민이었다. "멀리서 보니 낚시를 하고 있더라고요. 저도 낚시를 좋아해 구경하러 왔지요." 살림통 가득한 전갱이를 보면서 자기가 잡은 것처럼 그는 흡족해 했다.
정 조합장이 조합 어르신들이 잡은 굵은 전갱이 몇 마리를 회로 만들었다. 방금 바다에서 올라온 싱싱한 전갱이 회는 입안에서 구수하게 스며들었다. 구경 온 주민도 음료를 내며 자리를 함께했다.
광안리해수욕장의 선상 전갱이 낚시는 손과 입이 동시에 즐거운 낚시였다. 보트 대여료는 시간에 상관없이 2인 기준으로 3만 5천 원(1인은 2만 5천 원). 글·사진=이재희 기자 jaehee@busan.com
TIP
·카고낚시
밑밥은 물고기를 불러들이는 역할을 한다. 밑밥을 많이 주면 물고기가 배가 불러 잘 물지 않을까 걱정을 할 수도 있지만, 대부분 반대다. 물고기는 밑밥에 반응하고, 또 밑밥과 제대로 동조하는 채비에 잘 걸려든다.
그래서 감성돔 흘림낚시를 하는 사람들의 조과는 같은 자리에서도 확연하게 차이가 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조류나 수심 등을 감안하여 채비를 동조시키느냐 못하느냐에 좌우되기 때문이다.
이런 복잡하고 어려운 공식을 단 한 번에 허물어버리는 것이 카고낚시(Fishing cargo)다. 카고는 밑밥을 저장하는 주머니라고 보면 된다. 보통 카고는 철망이나 플라스틱 망으로 만들어 밑밥인 크릴이나 곤쟁이, 집어제가 일정 정도 빠져나오면서 고기를 불러들이도록 돼 있다.
조류를 따라 밑밥띠가 형성 되면 전갱이는 그 밑밥의 근원을 찾아 몰려들게 되고 결국 카드 채비를 물어 입질이 되는 것이다. 카고낚시는 전갱이뿐 아니라 감성돔낚시에서도 통용된다. 주로 감성돔 배낚시를 하는 사람들은 철망형 카고 채비를 하는 경우가 많다. 철망 속에 크릴을 다져 넣어 고기를 유인하는 것.
자연스럽게 조류를 따라 흘러가는 밑밥은 물고기의 경계심을 무너뜨린다. 쉼없이 풍부하게 제공되는 미끼를 받아먹다 보면 급기야 어피를 단 가짜미끼까지 탐하게 된다. 실제로 어피 카드 채비에 크릴을 끼우지 않았는데도 전갱이가 물어주었다. 공짜라고 받아먹는 것에 익숙하다 보면 낭패를 당할 일이 인간 세상에도 종종 있다.
이재희 기자
·카고낚시
밑밥은 물고기를 불러들이는 역할을 한다. 밑밥을 많이 주면 물고기가 배가 불러 잘 물지 않을까 걱정을 할 수도 있지만, 대부분 반대다. 물고기는 밑밥에 반응하고, 또 밑밥과 제대로 동조하는 채비에 잘 걸려든다.
그래서 감성돔 흘림낚시를 하는 사람들의 조과는 같은 자리에서도 확연하게 차이가 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조류나 수심 등을 감안하여 채비를 동조시키느냐 못하느냐에 좌우되기 때문이다.
이런 복잡하고 어려운 공식을 단 한 번에 허물어버리는 것이 카고낚시(Fishing cargo)다. 카고는 밑밥을 저장하는 주머니라고 보면 된다. 보통 카고는 철망이나 플라스틱 망으로 만들어 밑밥인 크릴이나 곤쟁이, 집어제가 일정 정도 빠져나오면서 고기를 불러들이도록 돼 있다.
조류를 따라 밑밥띠가 형성 되면 전갱이는 그 밑밥의 근원을 찾아 몰려들게 되고 결국 카드 채비를 물어 입질이 되는 것이다. 카고낚시는 전갱이뿐 아니라 감성돔낚시에서도 통용된다. 주로 감성돔 배낚시를 하는 사람들은 철망형 카고 채비를 하는 경우가 많다. 철망 속에 크릴을 다져 넣어 고기를 유인하는 것.
자연스럽게 조류를 따라 흘러가는 밑밥은 물고기의 경계심을 무너뜨린다. 쉼없이 풍부하게 제공되는 미끼를 받아먹다 보면 급기야 어피를 단 가짜미끼까지 탐하게 된다. 실제로 어피 카드 채비에 크릴을 끼우지 않았는데도 전갱이가 물어주었다. 공짜라고 받아먹는 것에 익숙하다 보면 낭패를 당할 일이 인간 세상에도 종종 있다.
이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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