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 선외기 낚시] 제철 돌문어 묵묵부답… 1m 남짓한 동갈치로 손맛
2015-07-08 [19:16:57] | 수정시간: 2015-07-08 [19:22:15] |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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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조구산업경영자협회 김선관 회장이 남해군 서면 솔섬 인근에서 루어 채비로 잡은 대형 동갈치를 들고 있다. 동갈치는 주둥이 뼈가 단단한 연안 어종으로 학꽁치와는 다른 어식성 물고기다. |
오동통 살 오른 문어 본격 시즌
1년 만에 찾아 나선 도전길
포인트 안 좋은지 감감 무소식
농어 루어로 채비 바꿨더니
폭발적 입질 '문어 대신 농어'
보리멸·용치놀래기도 꽤 낚아
막판에 문어 한 마리 겨우 올려
■캡틴이 된 뿌듯한 기분
선외기 모터의 줄을 당겨 시동을 걸고, 진동을 느끼며 천천히 배를 몰았다. 포인트 설명을 하 대표에게서 들은 터라 곧장 문어가 나온다는 곳으로 향했다.
잔잔한 바다에 굵은 획을 남기듯 배는 바다 위를 달렸다. 속력을 살짝 높였다. 기분이 더 좋아졌다. 목적지에는 마땅히 문어 낚싯배가 몰려 있어야 했는데 한산했다. 조용하게 낚시를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한편으로는 포인트를 잘못 찾았나 하는 걱정도 있었다.
조류가 흐르는 방향을 잘 파악해서 닻을 놓아야 했다. 몇 번의 시도 끝에 배를 정박했지만, 흡족한 자리는 아니었다. 동행한 한국조구산업경영자협회 김선관 회장이 마음에 안 들면 다시 배를 옮기라고 했다. 조류 세기를 살펴 재차 배를 정박하고 낚시를 시작했다.
1년 만에 도전하는 문어 낚시라 그런지 감이 잘 오지 않았다. 호기롭게 배를 몰아 포인트로 왔지만 도무지 입질이 없으니 불안감이 몰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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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기는 힘이 만만찮은 농어 새끼도 줄줄이 나왔다. |
바닥이 돌무더기인 것을 확인하자 김 회장은 갑자기 채비를 루어로 바꿨다. 그리고 첫 캐스팅에 바로 입질을 받았다. 잘 끌려오던 놈은 잽싸게 도망갔다. 재차 채비를 던진 김 회장의 루어에 이번에도 입질이 왔다. 30㎝를 갓 넘어 크기가 다소 아쉬웠지만 농어였다. 기자도 문어 채비를 농어 루어 채비로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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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외기에서 선상낚시를 한 부산에서 온 낚시인은 씨알좋은 수조기를 여러 마리 낚았다. |
배 밑까지 따라와 농어는 '덜컥'하고 입질을 해 주었다. 씨알은 고만고만했지만, 손맛은 최고였다. 농어 잡는 재미에 문어를 낚으러 왔다는 애초의 목적은 까맣게 잊어버렸다.
한 30분 폭발적인 입질이 있더니 배가 조금 밀렸는지 입질이 뜸했다.
닻을 올리고 배를 등대에서 조금 더 먼 쪽으로 옮겼다. 두 번째 자리에서는 처음만큼 입질이 없었다. 가깝게도 던지고 멀리도 던졌다.
조류가 흐르는 반대 방향으로 멀리 캐스팅을 하고 슬슬 채비를 감자 뭔가 둔탁한 입질이 왔다. 그러더니 심하게 요동을 치는 것이 아닌가. 대물이 분명했다.
신중히 릴을 감았다. 물고기가 방향을 바꾸면 낚싯대를 반대 방향으로 당기며 겨뤘다. 한참 만에 뱃전에 오른 놈은 거대한 학꽁치였다. 거의 1m 길이였다. 얼마나 큰 학꽁치인지 붉은 주둥이에는 강한 이빨이 무시무시하게 나 있었다. 순간 '이것은 학꽁치 기록어'라는 생각이 스쳤다. 김 회장도 같은 의견이었다. 나중에 줄자를 대고 사진을 찍어 기록을 남기자고 했다. 뿌듯했다. 문어는 뒷전이었다.
나중에 이 고기는 동갈치로 판명이 났다. 대물 학꽁치가 아니어서 무척 아쉬웠다.
하 대표에게서 전화가 왔다. 문어 좀 잡았느냐고 했다. 아직 못 잡았다고 하니 '그럴 리가 없는데' 하며 고개를 갸웃하는 표정이 전화기 너머로 보이는 듯했다.
점심때가 되었으니 와서 짜장면이라도 먹고 가라고 했다. 다시 닻을 올려 선착장으로 돌아갔다.
나올 때는 몰랐는데 돌아가려고 하니 거리가 꽤 멀었다. 게다가 목적지인 포구가 다 고만고만해서 어디로 가야 할 지 방향을 알 수 없었다. 순간 당혹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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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다음날 같은 포인트에서 마릿수 문어를 낚아올린 현지 낚시인. |
키를 잡았지만 갈 곳을 잃었다. 김 회장을 쳐다보며 도움을 청했다. 김 회장은 불안해하는 기자를 쳐다보더니 주변을 살폈다. 하 대표에게 전화를 걸까 하다가, 스마트폰 지도를 먼저 켰다. 그리고 짐작이 가는 방향으로 배를 몰았다. 진행 방향의 오른쪽 멀리서 손짓하는 느낌이 들었다. 선착장을 지나쳤던 것이다. 이제야 목적지가 생겼다. 살살 배를 몰아 들어가니 하 대표가 방파제 끝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배를 왜 그리 색시같이 몹니까. 기분도 좀 내시지?" 선박 검사를 하러 온 검사관이 늦었다고 핀잔을 주었다. 그제야 안도의 웃음이 나왔다.
조과를 듣더니 하 대표가 포인트를 상세히 알려주었다. 선상낚시를 했던 다른 팀은 수조기와 보리멸을 많이 잡았다. 장마철이면 수조기 입질이 더 좋아진다고 했다. 우선 문어를 잡아야 했지만, 수조기도 욕심이 나서 미끼용 청갯지렁이를 얻어 챙겼다.
점심을 먹은 뒤에는 아예 솔섬 앞 등대로 직행했다. 그러나 문어 낚시는 여전히 신통찮았다. 낚싯대를 한 대 더 펴서 청갯지렁이를 달았다. 보리멸과 용치놀래기가 거칠게 달려들었다. "고기가 물어야 낚시는 재미있어요." 김 회장이 말했다. 동의했다.
작은 놈이지만, 낚는 재미가 쏠쏠했다. 그러다 보니 문어 낚시는 더 소홀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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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다음날 현지인들이 오후 물때에 잠깐 나가서 잡아올린 남해 돌문어. |
"이번에 문어 몇 마리 잡았다고 했죠?" "한 마리 잡았습니다." "어허, 오늘 오후에 나간 사람들은 둘이서 20마리나 잡았던데. 문어 못 잡았다고 해서 없는 줄 알았네요. 여기 문어 많아요."
얼치기 선장의 배 모는 솜씨에 남해 돌문어가 껄껄 웃었을 게다.
글·사진=이재희 기자 jaeh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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