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사진

[스크랩] 153편 활짝 핀 구절초를 꿈꾸며...

石泉 2007. 11. 23. 12:48
  < 2007년 4월 1일, 일요일, 황사가 심해서 뿌옇게 흐림 >
              활짝 핀 구절초를 꿈꾸며.....
 아침을 먹은 뒤에 사무실 열쇠도 찾고 구절초도 심기 위해 
노루실로 갔다.
 가는 길에 밀양 나무 농장에 들러 명자 나무 한 그루를 사
갔다. 이주홍 선생님 묘소 참배를 갔던 날 기장 황토마루에서
점심을 먹었는데 명자 나무에 핀 꽃이 참 예뻤다.
 그래서 우리 집에도 심고 싶었다. 만 원 주고 한 그루를 
샀다. 올해 들어 어느 단체에 가서 독서 지도에 대한 강연을 
했는데 그 때 받은 강사료는 모두 나무를 사는데 썼다.
 올해 심은 나무는 목련, 모란, 수수꽃다리 등이다.
    ( 모란에서 나는 싹 )

노루실에 도착하여 대문을 열고 들어가니 진이가 반가워 하였다. 늘 일주일에 한 번 오던 사람들이 또 오니 이상한가 보다. 명자 나무를 대문 옆에 심고 나서 구절초를 심으러 대문 밖으로 나갔다. 대문 앞에 빈 땅이 있는데 작년에 풀이 우거져서 엉망이었다. 완전히 풀밭이었다. 아내와 같이 시든 풀들을 걷어 내고 나서 구절초 뿌리를 심었다. 경기도 양주에 사는 이보견씨가 보내준 구절초 택배 상자안에는 구절초 뿌리 말고도 분홍빛 구절초 씨앗과 두메 부추 씨앗도 들어 있었다. 이 택배 상자를 본 순간 큰 보물을 받은 느낌이 들었다. ( 택배로 받은 구절초 상자 )
( 분홍 구절초 씨앗 )
전혀 모르는 사람이 구절초 뿌리와 씨앗까지 친절하게 넣어 보낸 것을 보고 몹시 감동하였다. 나도 누군가에게 이렇게 베풀며 살아야겠다는 것을 배웠다. 분홍 구절초 씨앗은 비닐 봉지에 가득 들어 있었다. 씨앗을 심다가 많아서 나중엔 여기 저기 흩어 뿌렸다. 이 못쓰는 밭 언덕에 구절초가 무리지어 피어나면 얼마나 이쁠까? 이 꽃들이 피는 날 구절초를 보내준 분을 초대하여 식사라도 대접해야 할 텐데. 구절초 뿌리와 씨앗들이 잘 살아나기를 빌며 물을 주었다. 내 마음 속에는 벌써 활짝 핀 구절초가 가득 피어났다. 서둘러 일을 마치고 나니 11시 50분이었다. 급히 대문을 잠그고 밀양 상동면 신곡리로 갔다. 등산을 하기 위해서였다. 국제 신문에 난 기사를 보고 찾아갔는데 등산을 많이 다니다 보니 방심을 해서 들머리를 놓치고 말았다. 다시 출발점으로 되돌아가기엔 너무 멀어서 할 수 없이 아무 데나 올라가기로 했다. 산속으로 들어 가서 한참을 헤매도 길이 안 나오자 아내는 화를 내었다. "당신 하는 일이 늘 이래요. 내가 이래서 안 따라오려 한다니까." "옛날엔 아무 코스나 갔지만 당신이 싫어하는 걸 알고 나도 조심 한다구. 오늘은 실수니까 봐줘." 아내는 달래도 여전히 씩씩거린다. 난 고생을 해도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는데 아내는 나와 다르다. 돈 들여 헬스도 하는데 맑은 공기 속에서 좀 헤매면 어떤가? 이런 과정을 탐험하듯 즐기면 되는데. 그래도 아내가 좋은 점은 10분도 못 가서 화를 풀어버린다. ( 애기똥풀의 어린 싹 )
( 흐린 날의 범초산장 )

길이 없는 능선을 억지로 헤집고 올라가니 비로소 등산로가 나왔다. 거기서부터는 편안하게 산행을 했다. 황사가 심해서 온 세상이 뿌옇게 보였지만 편안한 길을 찾고 나니 황사마저 축복으로 보였다. 용암산을 올랐다가 다시 소천봉을 거쳐 출발한 신곡리 마을로 내려왔다. ( 686미터의 용암산)
( 소천봉 )
( 영화 속의 풍경 같은 숲길 )
처음에 길을 찾느라 고생을 좀 했지만 오늘도 즐거운 산행을 했다. 러셀이라는 사람은 강을 수집한다고 했는데 나는 오늘 산 하나를 새로 수집했다. 나는 아내가 운전하고 돌아오는 차 안에서 맥주를 마시며 산행 수첩에 새로 수집한 산 이름을 또박또박 써 넣었다. (*)

출처 : 글나라
글쓴이 : 凡 草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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