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

[스크랩] 한라산 등정기 ... [①편]

石泉 2007. 11. 23. 15:56
[한라산의 설경]

[한라산의 설경]


한라산 등정기 ... [①편]
[인천연안부두 → 제주항 ]


[프롤로그]


금년 겨울은 어찌하여 이처럼 서울지방에..
눈이 귀한 것일까?

펑펑 내리는 함박눈의 낭만을  ...
기다리다 지쳐서 울다 지쳐서...


[한라산 설경]


에잇~ 그렇다면 할 수 없지...
직접 찾아가 보는 수밖에... 하는 마음으로 ..

3미터나 내렸다는 한라산의 눈을 찾아..

가족들과 함께 ...
한겨울 눈 여행을 떠나 보기로 했다.


[인천↔제주간 여객선 "오하마나"호]


제주도에는 그 동안  ...
여러 번을 비행기를 타고 다녀봤으니...

이번에는 장장 13시간이 걸린다는
인천출발 제주행 배를 한번 이용해 보기로 했다.


[한라산 상고대(서리꽃)]


제주도에 도착을 하면 ..
힘이 팔팔한 사람들은 1,950미터 높이의
백록담 정상을 오르고..

힘이 조금 딸리는 사람들은 ...
별도로 간단한 제주관광을 하기로 하여..


[함께 한 가족들... ]


모친을 중심으로 한 8명의 가족들이 ...
제주도 한라산 겨울여행 이벤트에 참여하게 되었다.


[인천 연안부두에서 배를 타고....]


2006년 1월 20일 금요일 오후 6시...

인천에 있는 연안부두 터미널에는....
형형색색의 등산복 차림을 한 여행객 수백 명이 모여들어
바글거리고 있었다.


[인천항 연안 여객터미널 ]


미리 예약했던 "기러기 투어" 가이드로부터
승선개찰권을 받아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를 적어 넣은 후..

소주와 안주 과일 등을 사 들고
6시 20분쯤~ 개찰구를 통과해 들어가니...

어두워진 부두에서 숨을 죽이며 기다리고 있던...
거대한 여객선 "오하마나(OHAMANA)"호가...

꾸역꾸역
밀려오는 승객들을....
하마처럼 꿀꺽꿀꺽 삼키고 있었다.


[저녁 6시 30분경.. 배를 오르는 사람들 ]


"이렇게 좋을 수가 없다
~!" 라는 .
순수한 우리말 뜻이라는 이름의 "오하마나"호는..

길이 141.5m에 폭 22m 규모로 ...
845명의 사람과 승용차 63대 등을 동시에 싣고...

인천에서 제주까지 약 422킬로 거리를...
평균시속 약 33킬로 속도로 13 시간에 달리는...

무게
총 6.322 톤의..
국내선 여객선으로서는 두 번째로 큰 배란다.


[여객선 "오하마나"호 복도... ]


[인천에서 제주까지...]


저녁
7시 정각~! ...

목이 쉰 듯한 긴 뱃 고동소리를 남기며 ...
"오하나마" 호는 미끄러지듯 인천항 부두를 박차고
스물스물 출발하기 시작했다.

우리 일행 8명이 배정된 삼층 C-5 삼등실에는
벌써부터 40명이 넘는 사람들이 기어들어와..

끼리끼리 이 구석 저 구석에 자리를 잡고
희희낙낙 떠들고 있었다.



[멀어지는 인천항... ]


흐휴~ 이 많은 사람들과 섞여....
13시간 동안의 긴 항해를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니..
갑자기 끔찍스러운 생각이 들었다.

먼저 자리잡는 사람이 임자라는 삼등실...

메트리스 대신 카펫만이 깔려있는 3등실 바닥은
눈으로 보기에도 무척 불편해 보였다.



[삼등실 C-5호실에 자리잡은 일행들... ]


좁은 선실 속에서 이 많은 사람들과 부대끼며..
과연 포근하게 잠을 잘 수가 있을까?

에고.... 꿈도 야무지지....

오늘 같은 날, 이런 곳에서 ...
무슨 수로 편하게 잠을 자보겠다는 것인가.. ???

하긴.. 왕복 승선요금에 ..
현지 교통비와 입장료 및 점심도시락까지 포함하여...
1인당 99,000원에 불과한 산악회 여행상품이니...


[삼등실 풍경...]


이 삼등실을 배정해 준 것만 해도
감지덕지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밤 8시쯤....
4층 선실 중앙 홀에서의 팔 시름대회를 시작으로...
식당에서 벌어진 라이브 쇼에 이어...

밤 10시 경.....
갑판 위에서 불꽃놀이가 열린다는 소식에...
옷을 여미고 갑판으로 나가 보았다.


[한라산 등산지도]


휘익~ 토네이도처럼 온 몸을 휘감아 온..
매서운 겨울바람이 ..
몸을 움추리게 만들었지만..

5층 갑판 위에는 ...
추위에 아랑곳하지 않는 수 많은 사람들이

흘러나오는 경쾌한 음악 리듬에 맞추어..
덩실덩실 아줌마 춤을 추며 몸을 흔들어대고 있었다.


[밤 10시부터 열린 선상 불꽃놀이 1]


드디어 어두운 밤하늘에...
오색찬란한 폭죽이 터지기 시작했다.

펑~ 퍼버벙~ 펑~!펑~!
펑~ 펑~!펑~!

천여발의 폭죽들은 어두운 밤하늘에..
오색찬란한 그림을 수 놓으며...
반짝이는 은하수 속으로 사라져갔다. ...


[선상 불꽃놀이 2]


터지는 폭죽 사이로..
간간히 스쳐 지나가는 등대 불빛과 ...

쏟아지는 달빛, 그리고 별빛들이 ...
마음이 둥실둥실 밤바다 위에 띄워주었다.

C-5, 3등실은...
방 크기 보다 사람의 숫자가 너무 많아 보였다.

이구~ 이럴 줄 알았으면 돈을 좀더 주고서라도...
2등실을 얻어볼 것을...


[선실 중앙 홀에 늘어 선 베낭행열...]


불편하고 비좁은 선실 밖으로 나온
일부 사람들은...

삼삼오오 앉아서
이야기 꽃을 피우며 밤을 지새거나....

중앙 홀 바닥과 소파에 돗자리를 깔고.....
노숙자처럼 웅크리며 선잠을 자고 있었다.




[비몽사몽으로 지샌 밤~!]


그래~! 이런 어수선한 분위기에서 ...
언감생심 맨 정신으로 잠을 잔다는 것은 ..
도둑과도 같은 욕심이겠지...

한 잔의 술로 잠을 청하기 위해...

8명의 가족들이 둥그렇게 둘러앉아 ...
작은 술 판을 벌렸다.


[위하여~!]


위하여~!!

멀미가 없는 잔잔한 항해를 위하여~!
한라산 지역의 좋은 날씨를 위하여~!
건강과 행운을 위하여~!

그렇게 주거니 받거니 나누어 마신 몇 잔의 술로...
어렵게 어렵게 들었던 잠~!

그러나 누군가 기차화통처럼 골아대는 코고는 소리에...
화들짝 잠을 깰 수밖에 없었다.

바리톤 음색으로 골아대는 코고는 소리는..
왈츠리듬에 지루박 스텝까지 밟고 있었다.



[선실 내에 걸려있는 한라산 주변 지도]


시끄러운 광상곡으로 들리는 코골이 소음과..
웅웅거리는 기관실 엔진소리 ..

시도 때도 없이 들락 거리는 사람들의 문 여닫는 소리....
그리고 여기저기 핸드폰에서 흘러나오는 음악 소리 등으로
선실 안은 돗데기 시장처럼 어수선했다.

비몽사몽으로 얼마 동안을 뒤척거리고 있었을까?


[아침바다를 항해하는 어선]


드디어 배는..
당초계획보다 30분이 늦은 아침 8시30분경~!

파도에 뒷뚱거리면서 ..
밍기적밍기적 제주항에 입항하고 있었다.

휴~ 정말 멀기는 멀다.

비행기라면 붕~ 하고 한시간이면 도착할 거리를...
13시간을 넘게 달려왔으니 말이다.


[함께한 가족들...]


이구~ 그러나 저러나....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한 컨디션으로....
왕복 18킬로의 눈길, 산길을 걸을 수가 있을까?

그 것이 가장 큰 걱정거리였다.


<다음편으로 계속>
출처 : 오지게 사는 촌놈
글쓴이 : 전태공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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