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입에 맞는 와인, 이름 말고 품종도 기억하세요

石泉 2011. 6. 10. 14:57

 

   
와인에 입문해서 이것저것 마시다보면 '입맛에 맞는 와인'을 발견하게 된다. 보통은 달콤한 게 좋다, 드라이한 게 좋다 정도로만 표현하고 말지만 사실 와인의 '달콤함'만해도 종류가 수십가지에 이르며 이것을 결정짓는 요소는 바로 포도의 품종이다. 마음에 드는 와인을 발견했다면 제품명과 포도 품종을 기록해두자. 그 리스트가 쌓이면 '나의 와인 취향'이 정리되는 셈이다. 부산롯데호텔 소믈리에 정대성 지배인이 리스트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될 '포도품종별 레드와인 특징'을 알려주고 품종별 와인을 하나씩 추천했다.


■까베르네 소비뇽 Cabernet Sauvignon

레드와인 하면 까베르네 소비뇽, 화이트 와인 하면 샤도네를 떠올릴 정도로 까베르네 소비뇽은 인기놓은 품종이다. 포도품종의 왕이라 칭할 만큼 탄탄한 구조와 깊은 맛 그리고 다양한 탄닌을 느낄수 있어서 세계 와인 마니아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 이 품종 와인을 맛을 표현하자면 '전형적인 남성스타일'이다.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의 것과 미국, 호주 등 신대륙의 것은 맛이나 스타일에 큰 차이가 있는데 이는 역시 떼루아(포도가 자라는 데 영향을 주는 지리·기후·재배법 등 요소를 포괄하는 단어)의 차이다.

정 소믈리에 추천 와인 : 1975 까베르네 소비뇽. 미국 캘리포니아. 생산자 1975. 까베르네 소비뇽 100%. Dry.


■메를로 Merlot

   
까베르네 소비뇽(왼쪽), 메를로
까베르네 소비뇽과 유사하지만 탄닌과 블랙 커런트 향이 덜하며 단맛이 강하다. 다른 포도의 거친 맛을 부드럽게 하기 위해 혼합용으로 쓰기도 한다. 보르도와 남프랑스 칠레 남아프리카 이태리 등 많은 지역에서 재배한다. 까베르네가 남성적이라면 메를로는 비교적 여성적인 와인이라 하겠다. 여성 가운데서도 모든 것이 넉넉하고 풍만한 부인의 느낌이다. 또 다양한 꽃향기와 부드러움 덕분에 많은 여성팬을 확보하고 있다.

정 소믈리에 추천 와인 : 프란시스 코폴라 다이아몬드 컬렉션 블루라벨 메를로. 미국 캘리포니아. 생산자 루비콘 에스테이트. 메를로 86%·시라 14%. Dry.


■피노 누아 Pinot Noir

   
피노 누아(왼쪽), 시라
사실 이 품종은 좀 어렵다. 질감있는 와인을 와인을 많이 마셔 본 이들이 피노 누아 와인을 접한다면 복잡미묘한 맛에 약간 실망할 지도 모른다.기후에 예민해서 프랑스 부르고뉴 지방을 벗어나면 좋은 품종이 나오기 어렵고 수확량도 적어서 가격이 비싸다. 하지만 기품있고 고고한 맛과 향은 한 번 빠지면 헤어나기 힘들 정도. 체리 민트 라스베리 송로향이 강하고 많이 숙성되면 고기가 산화되는 향도 나서 프랑스에선 'Animale'(동물적인) 와인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무척 여성스러운 와인이다. 고가의 부르고뉴 피노 누아가 부담스럽다면 미국 캘리포니아산 가운데서도 괜찮은 와인들이 있다.

정 소믈리에 추천 와인 : 리뎀션(Redemtion) 피노누아. 미국 캘리포니아. 생산자 리뎀션. 피노 누아 100%.


■시라 Syrah / 쉬라즈 Shiraz

   
프랑스의 론 벨리 지역에서 주로 생산되는 시라 품종은 '에르미타쥐' 와인을 생산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호주에서 이 품종을 생산해 '대박'을 터뜨린 것이 쉬라즈다. 론의 시라 와인보다는 호주의 쉬라즈가 비교적 마시기 편하다. 강한 남성형 와인이라 양념이 강하고 파워풀한 우리나라 음식과도 잘 어울린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와인 평론가 로버트 파커은 시라 와인을 '액체 비아그라'에 비유하기도 했다.

정 소믈리에 추천 와인 : 블랙 바트(Black Bart) 시라. 미국 캘리포니아. 생산자 크룹 브라더스 에스테이트. 시라 98%·비오니에 2%.


■네비올로 Nebbiolo

   
원산지는 이탈리아 피에몬떼 지역으로, 바바레스꼬(Barbaresco)와 바롤로(Barolo) 와인으로 잘 알려져 있다. 숙성되기 전에는 아주 강한 탄닌 때문에 맛이 거칠며 숙성되는데도 시간이 걸린다. 한모금 마셨을 때 입안에 꽉 차는 듯한 느낌의 풀바디(성분이 풍부하게 함유돼 걸쭉하고 가득 찬 느낌) 와인을 좋아 한다면 네비올로가 제격이다. 이탈리아에서도 상당히 비싼 품종으로 저가 와인을 찾기가 힘들다.

정 소믈리에 추천 와인 : 포데리 콜라(Poderi Colla), 네비올로 달바. 이탈리아 피에몬테. 생산자 포데리 콜라. 네비올로 100%. Dry.


■산지오베제 Sangiovese

   
대형 할인점에서 구매할 수 있는 이탈리아 와인의 80%가 산지오베제일 정도로 생산량이 많다. 딸기, 담배, 빨간 체리와 허브향이 복합적으로 나며 적절한 탄닌과 신맛이 조화롭게 들어간 '미디움 바디' 스타일이다. 비교적 산이 많은 이 와인은 요리와 함께 마셔야 진가가 드러난다. 매우 남성적인 와인이며 끼안띠, 브루넬로 디 몬딸치노 등 유명와인이 이 품종이다.

정소믈리에 추천 와인 : 폰또디 끼안티 끌라시코.(Fontodi Chianti Classico) 이탈리아 토스카나. 생산자 폰 또디. 산지오베제 100%. Dry.


■진판델 Zinfandel)

   
유럽이 원산지지만 미국 캘리포니아의 생산량이 압도적이다. 미국의 와인 맛을 다시 살려낸 주인공이기도 하다. 진판델은 레드·로제·화이트 등 여러 스타일로 변화가 가능하다는 특징이 있다. 마시기 편한 와인으로 샌드위치 파스타 치킨 등과도 잘 어울린다. 다양한 과실향과 들꽃향이 풍부하며 가벼운 스타일이 대부분이다.

정 소믈리에 추천 와인 : 웬티, 스미스 벤치(Wente Smith Bench) 진판델. 미국 캘리포니아. 생산자 웬티. 진판델 90%·바버라 10%. Dry.


■갸메 Gamay)

   
갸메는 몰라도 '보졸레 누보'라면 한 번 쯤 들어봤겠다. 매년 11월 세째주 목요일이면 대형마트는 물론 편의점에도 빠지지 않고 전시되는 보졸레 누보를 바로 이 갸메 포도로 만든다. 보졸레는 그저그런 싸구려 와인으로 인식되는 면이 없지 않은데 물론 잘못된 편견이다. 신선한 포도향, 상쾌함, 기분좋은 산도로 파리 사람들이 가장 즐겨 마시는 와인이며 가볍고 상쾌해 여성들의 선호도가 높다. 돼지고기나 족발, 육회와도 잘 어울린다.

정 소믈리에 추천 와인 : 물랭아방(Moulin A Vent). 프랑스 보졸레. 갸메 100%.


■말벡 Malbec

   
최근 부산에서 가장 '핫한' 품종이 바로 말벡이다. 까베르네 소비뇽 만큼이나 파워풀해 첫 모금부터 상당한 임팩트를 전해주는 풀바디 와인으로, 애주가들에게 인기가 높다. 약간 '센 듯한' 부산 음식과 잘 어울려 선호도가 높은 것으로 보인다. 가격이 저렴한 편이라 부담없이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잘익은 과일향이 풍부하게 나며 맛은 진하고 때로는 잼맛이 난다. 오크통 숙성을 거쳐 '까칠한' 성격을 한 풀 죽이면 우아한 맛을 내기도 한다.

정 소믈리에 추천 와인 : 알타비스타 그랑 리저브.(Alta Vista Grand Reserve) 아르헨티나 멘도자. 말벡 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