낚시
창원 원전 도다리 배낚시(부산일보에서 펀글)
石泉
2015. 4. 23. 1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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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원 보해낚시 이준일 대표가 거제도가 가까이 보이는 창원 마산합포구 원전 앞바다에서 씨알 좋은 봄 도다리를 낚았다. 이곳은 바닥이 뻘과 모래여서 도다리가 많다. |
봄 무르익으니 푸근한 입질
미끼 탓하지 않고 덥석덥석
바늘 매듭 제대로 안 매
제법 큰 놈 본의 아니게 방생
낚싯대 가만히 두는 것보다
살짝살짝 고패질 효과 만점
■호래기로 맺은 인연
어두컴컴한 야밤에 호래기 낚시를 하며 인사도 제대로 하지 못한 손 선장이었다. 추운 겨울날이었고, 새벽엔 졸음이 넘쳐 정신이 몽롱했던 기억뿐이다.
손 선장의 단짝 동생인 창원 보해낚시 백화점(055-222-5251) 이준일 대표가 "도다리 물때가 좋으니 놀러 한번 오라"고 연락이 왔다. 오전 물때를 보자고 했다. 새벽에 출조해서 낮에 낚시하는 방법이라 호래기 때와 달리 부담이 없었다.
다른 곳은 이미 벚꽃이 다 졌는데, 마산합포구 구산면 바닷가의 벚꽃은 이제 꽃잎이 막 떨어지기 시작했다. 궁금해서 가게를 도와주는 이 대표의 아버지에게 물었다.
"같은 창원이라도 이곳은 유독 해풍이 차가워서 그런지 벚꽃이 진해보다 열흘 정도 늦게 피고 더 오래간다"고 말했다. 오는 길에 꽃잎을 보러 차창을 열었더니 바람이 매우 찼다.
보해낚시에서 청갯지렁와 바늘 등을 챙긴 뒤 원전항으로 갔다. 손 선장이 10t급 진영호를 대기시켜 놓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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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영호 손진성 선장이 편대 채비로 쥐노래미를 능숙하게 낚아올렸다. |
원전항은 멀리 거제도가 파도를 막아줘 잔잔하기도 하거니와 항구 바로 앞에 실리도와 송아도(초애섬)가 있어 천혜의 방파제 역할을 해주고 있다.
칠천도가 손에 잡힐 듯이 가까운 해협의 가운데쯤에 등대가 하나 있었다. 첫 번째 포인트였다. 이 대표가 편대 채비를 넣자마자 도다리 한 마리를 낚아 올렸다.
■불가사리도 반갑다
원전 앞바다 도다리 배낚시도 일체의 낚시 장비가 따로 필요 없었다. 미끼와 바늘만 챙겨오면 되는 것이다. 주로 편대 채비를 사용하는데 다소 무거운 70호 봉돌을 사용했다. 바다는 잔잔해도 물때가 바뀔 때는 해협을 빠져나가는 조류의 힘이 세기 때문에 봉돌은 무겁게 쓴다. 합사를 사용하는 낚싯대는 원줄의 굵기가 가늘어 30호 정도의 봉돌로도 가능하다고 한다.
22명이 타는 대형급 진영호이지만, 손님이 적을 경우엔 한 사람이 채비 2~3개를 운영하기도 하는 모양이었다. 이날 오전 물때에는 손님이 적어 한 사람이 다수의 채비를 사용해도 되었다. 취재진도 낚싯대와 편대 채비 2개를 동시에 사용했다.
서너 마리 올라오던 도다리가 입질을 끊었다. 기자도 벌써 두 마리를 걸었는데, 제법 큰 한 마리는 뱃전에서 놓쳐버렸다. 보통 편대 채비는 그때그때 낚시를 묶어서 사용한다. 채비하며 제대로 매듭이 지어지지 않아 몇 번 애를 먹다가 그대로 낚시를 했는데 하필이면 그 낚시에 제법 씨알이 좋은 도다리가 물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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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조구경영자협회 김선관 회장(오른쪽)과 보해낚시 이준일 대표가 동시에 도다리를 걸어 냈다. |
입질이 뜸하더니 이 대표가 불가사리 한 마리를 올리고는 반가워했다. 보통의 낚시꾼은 불가사리를 싫어한다. "불가사리가 움직인다는 것은 수온이 다소 올랐고, 도다리도 활성화되는 시기라는 것입니다." 그동안 이곳 바다는 수온이 다소 낮아 조황이 좋지 않았다고 했다. 이 대표는 불가사리를 보고 원전 앞바다에도 봄이 완연하게 왔음을 알아챘다.
■도다리밭을 찾았다
평일임에도 대여섯 척의 낚싯배가 떠 있었다. 큰 배에 선장 나 홀로 낚시를 하는 배도 있다. 조황이 어떤지 탐색차 나온 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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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 마산회원구 중리에서 온 조군식 씨가 도다리를 쌍걸이로 올렸다. |
바닥이 딱딱한 느낌이 나는 지역엔 어김없이 쥐노래미가 물고 올라왔다. 어느 순간, 순식간에 서너 마리의 도다리가 동시에 올라왔다. 도다리 밭인 것이다. 모두 연신 줄을 감아 도다리를 낚아냈다. 잠깐 동안에 지금까지 잡은 것보다 더 많이 낚았다. 모두 즐거웠다. 가만히 채비를 두는 것보다 살짝살짝 고패질을 할 때 도다리가 후다닥 달려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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횟집 주방장 출신인 손 선장의 칼맛이 제대로 발휘된 도다리 뼈째회. |
도다리회는 신김치가 꼭 있어야 한다고 손 선장이 말했다. 아침에 준비해 놓고 깜박 잊었다고 했다. 항구로 돌아가 기어이 김치를 가지고 와서는 실리도 앞 설진 해협에 배를 정박했다. 거나한 점심상이 차려졌다. 수북하게 뼈째로 쓴 도다리회는 먹을수록 감칠맛이 났다. 도다리쑥국은 향긋했다. 모두 흐뭇하고 만족했다. 채비를 다섯 개나 펼친 마산에서 온 조군식(56) 씨는 두자릿수 도다리를 기포기로 살려서 갔다.
봄볕에 얼굴이 새까맣게 타버렸지만, 이제 곧 보리멸이 지천으로 잡히는 계절이 오면 또 가고 싶을 것이다.
글·사진=이재희 기자 jaehee@busa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