낚시
숭어 훌치기 낚시(부산일보에서 펀글)
石泉
2015. 8. 20. 12:33
[수영만 숭어 훌치기 낚시] 수면 가까이 유영하다 휘모리장단 챔질에 '퍼드덕
입력 : 2015-08-19 [19:00:01] | 수정 : 2015-08-19 [19:32:46] | 게재 : 2015-08-20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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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 수영구 삼익비치타운아파트 인근 방파제에서 홍희철 씨가 훌치기 낚시로 씨알 좋은 숭어를 걸어내고 있다. |
눈이 매처럼 빛났다. 도무지 푸른 빛 말고는 보이지 않는 바다 속살을 주시했다. 이윽고 국악관현악단을 지휘할 때처럼 손이 부드럽게 움직였다. 자진모리장단에 맞춰 채비가 착수됐다. 수면 가까이 유영하던 숭어는 휘모리장단의 빠른 챔질에 덜컥 걸렸다. 전광석화처럼 빠른 동작으로 릴을 감으며 방파제 끝으로 달려간 홍희철(전 진주시립국악관현악단 지휘자) 씨는 팔뚝만 한 숭어를 들어 올렸다. 퍼덕거리는 숭어가 바다에서 나왔다. 공중에서 뒹구는 숭어의 굿거리장단에 그는 만면에 미소를 보였다. 한 편의 국악관현악 연주가 흡족하게 끝난 뒤에 오는 쾌감 같은 것이었다.
■별난 취미의 주인공을 만나다
별난 취미를 가진 음악인이라고 소개를 받았다. 숭어 훌치기 낚시를 전문으로 한다는 전 진주시립국악관현악단 지휘자였다. 그는 대학에서 국악 강의를 하고, 방송에서도 국악을 이야기하는 국악인이었다. 그의 취미가 숭어 낚시, 그것도 훌치기만 한다는 이야기는 부산일보 '별난 삶 별난 취미'(2012년 11월 19일 자 29면)에 소개되기도 했다.
장비 무겁고 편광 안경 필수
처음엔 물속 고기 잘 안 보여
몸통에 바늘 걸어 잡는 방식
저항 매우 거세 놓치기 쉬워
진행 방향 가늠해 캐스팅
단숨에 챔질해야 조과
'부산 수영구 삼익비치타운아파트 뒤편 방파제로 오시면 됩니다.' 문자는 간결했다. 군더더기가 없는 안내에 따라 방파제에 도착했다. 미리 와서 낚시하던 홍 지휘자는 첫 고기를 막 걸어 내는 중이었다.
방파제 테트라포드를 종횡무진 뛰어다니며 능숙하게 숭어를 걸어낸 그는 숭어를 안전하게 갈무리한 뒤 비로소 여유를 보였다. 구멍투성이인 방파제 위에서는 숭어가 살림망에 들어가야만 내 것이 된다는 것을 경험을 통해 잘 알고 있기에 그렇다.
"처음 하시면 좀 힘듭니다. 다른 낚시와 달리 장비도 무겁고, 특히 필수 장비인 편광 안경이 없으면 낚시를 할 수 없습니다."
편광 안경을 미처 챙기지 못했다. 홍 지휘자는 자기가 여벌로 갖고 있던 것을 빌려주었다. 안경 위에 덮어썼는데 다행히 잘 맞았다.
"숭어를 먼저 봐야 합니다. 그다음에 숭어가 가는 방향을 가늠해서 채비를 던진 후 단숨에 챔질해야 잡을 수 있습니다. 처음에는 캐스팅이나 챔질이 힘들지만 조금 하면 익숙해집니다."
■별난 취미의 주인공을 만나다
별난 취미를 가진 음악인이라고 소개를 받았다. 숭어 훌치기 낚시를 전문으로 한다는 전 진주시립국악관현악단 지휘자였다. 그는 대학에서 국악 강의를 하고, 방송에서도 국악을 이야기하는 국악인이었다. 그의 취미가 숭어 낚시, 그것도 훌치기만 한다는 이야기는 부산일보 '별난 삶 별난 취미'(2012년 11월 19일 자 29면)에 소개되기도 했다.
장비 무겁고 편광 안경 필수
처음엔 물속 고기 잘 안 보여
몸통에 바늘 걸어 잡는 방식
저항 매우 거세 놓치기 쉬워
진행 방향 가늠해 캐스팅
단숨에 챔질해야 조과
'부산 수영구 삼익비치타운아파트 뒤편 방파제로 오시면 됩니다.' 문자는 간결했다. 군더더기가 없는 안내에 따라 방파제에 도착했다. 미리 와서 낚시하던 홍 지휘자는 첫 고기를 막 걸어 내는 중이었다.
방파제 테트라포드를 종횡무진 뛰어다니며 능숙하게 숭어를 걸어낸 그는 숭어를 안전하게 갈무리한 뒤 비로소 여유를 보였다. 구멍투성이인 방파제 위에서는 숭어가 살림망에 들어가야만 내 것이 된다는 것을 경험을 통해 잘 알고 있기에 그렇다.
"처음 하시면 좀 힘듭니다. 다른 낚시와 달리 장비도 무겁고, 특히 필수 장비인 편광 안경이 없으면 낚시를 할 수 없습니다."
편광 안경을 미처 챙기지 못했다. 홍 지휘자는 자기가 여벌로 갖고 있던 것을 빌려주었다. 안경 위에 덮어썼는데 다행히 잘 맞았다.
"숭어를 먼저 봐야 합니다. 그다음에 숭어가 가는 방향을 가늠해서 채비를 던진 후 단숨에 챔질해야 잡을 수 있습니다. 처음에는 캐스팅이나 챔질이 힘들지만 조금 하면 익숙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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숭어 훌치기 채비. 봉돌의 상태가 채비의 이력을 말해준다. |
간단한 요령을 듣고 각자의 자리를 잡아 초병처럼 방파제 위에 서서 바다를 노려보았다. 하지만 도무지 물속에 고기라고는 보이지 않았다.
■제자까지 둔 숭어낚시 교수님
옆에 망미동에서 왔다는 이장희 씨가 "저기 오네요, 숭어!"하고 물고기 출현을 알려주었다. 말을 듣고 바다를 한참 바라봤지만 숭어는 보이지 않았다. "저기 있네요. 바로 앞에." 그때 채비를 던졌지만 숭어는 이미 지나간 뒤였다. '안녕~ 다음 차례를 기다리세요'라고 말하듯이 숭어가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며 용호만 쪽으로 사라졌다.
나이는 홍 지휘자보다 많지만 이 씨는 숭어 훌치기 낚시에서는 그의 제자였다. 3년 전 이곳에서 숭어 훌치기를 하다 홍 지휘자의 기술에 반해 맥낚시를 접고 숭어낚시를 시작했다고 했다. 지금은 홍 지휘자 만큼은 아니지만 곧잘 잡는다고 그는 덧붙였다.
■제자까지 둔 숭어낚시 교수님
옆에 망미동에서 왔다는 이장희 씨가 "저기 오네요, 숭어!"하고 물고기 출현을 알려주었다. 말을 듣고 바다를 한참 바라봤지만 숭어는 보이지 않았다. "저기 있네요. 바로 앞에." 그때 채비를 던졌지만 숭어는 이미 지나간 뒤였다. '안녕~ 다음 차례를 기다리세요'라고 말하듯이 숭어가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며 용호만 쪽으로 사라졌다.
나이는 홍 지휘자보다 많지만 이 씨는 숭어 훌치기 낚시에서는 그의 제자였다. 3년 전 이곳에서 숭어 훌치기를 하다 홍 지휘자의 기술에 반해 맥낚시를 접고 숭어낚시를 시작했다고 했다. 지금은 홍 지휘자 만큼은 아니지만 곧잘 잡는다고 그는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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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전 홍 지휘자에게 숭어 낚시를 배운 이장희 씨도 이제 베테랑이 되었다. |
홍 지휘자는 숭어 훌치기 낚시를 시작한 지 20년이 훨씬 넘었지만 단 한 번도 다른 장르로 옮겨가지 않았다. 낚싯대와 훌치기 채비를 늘 차에 싣고 다니며 강의가 없는 시간에 짬짬이 낚시를 한다고 했다. 그렇게 한두 시간이라도 낚시를 하니 실력은 누구보다도 뛰어날 수밖에. 이날 곁에서 지켜본 바로는 단 한 번도 실수가 없었다.
삼익비치타운아파트 방파제 앞을 지나가는 숭어떼는 그의 허락을 받아야 통과할 수 있을 듯했다.
편광안경으로 본 세상이 조금씩 달라 보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바닷물만 보이더니 서서히 약간 짙은 색의 물고기가 나타났다.
"숭어는 떼로, 혹은 혼자 다니기도 합니다. 깊이 헤엄칠 때도 있고, 수면 가까이 떠오를 때도 있어요. 거리와 유영 시간을 고려해 채비를 투척해야 합니다." 홍 지휘자는 정확한 위치 파악과 캐스팅, 그리고 힘찬 챔질의 3박자가 제대로 맞아야 조과를 올릴 수 있다고 했다.
삼익비치타운아파트 방파제 앞을 지나가는 숭어떼는 그의 허락을 받아야 통과할 수 있을 듯했다.
편광안경으로 본 세상이 조금씩 달라 보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바닷물만 보이더니 서서히 약간 짙은 색의 물고기가 나타났다.
"숭어는 떼로, 혹은 혼자 다니기도 합니다. 깊이 헤엄칠 때도 있고, 수면 가까이 떠오를 때도 있어요. 거리와 유영 시간을 고려해 채비를 투척해야 합니다." 홍 지휘자는 정확한 위치 파악과 캐스팅, 그리고 힘찬 챔질의 3박자가 제대로 맞아야 조과를 올릴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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숭어 훌치기 낚시도 기다림의 연속이다. 숭어가 지나가야 비로소 낚시가 시작된다. |
■한번 빠지면 헤어날 수가 없어요
벌써 3마리째 숭어가 나왔다. 새끼 숭어에게는 아예 채비를 던지지도 않았다. 훌치기용 채비의 갈고리는 반드시 강철로 된 것만 쓴다고 했다. 스테인리스가 더 강할 것 같지만 오히려 숭어의 무게나 헤엄치는 힘 때문에 잘 부러진다는 것. 미늘은 없다. 미늘이 있으면 잘 빠지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불편해서 낚시를 제대로 할 수 없다고 했다. 방파제 콘크리트나 수중 바위에 더러 미늘이 상하기 때문에 쇠를 가는 줄은 필수 장비다. 조금이라도 날이 무디면 현장에서 갈아서 쓴다.
벌써 3마리째 숭어가 나왔다. 새끼 숭어에게는 아예 채비를 던지지도 않았다. 훌치기용 채비의 갈고리는 반드시 강철로 된 것만 쓴다고 했다. 스테인리스가 더 강할 것 같지만 오히려 숭어의 무게나 헤엄치는 힘 때문에 잘 부러진다는 것. 미늘은 없다. 미늘이 있으면 잘 빠지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불편해서 낚시를 제대로 할 수 없다고 했다. 방파제 콘크리트나 수중 바위에 더러 미늘이 상하기 때문에 쇠를 가는 줄은 필수 장비다. 조금이라도 날이 무디면 현장에서 갈아서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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잽싸게 숭어를 걸었다. 꾼의 얼굴엔 미소가 퍼진다. |
훌치기는 입이 아니라 등이나 배 부위, 꼬리 쪽에 바늘이 걸리기 때문에 숭어의 저항이 매우 세다고 했다. 물고기를 걸고도 자칫 틈을 주면 바위나 방파제로 파고들기 때문에 놓칠 확률이 높다는 것. 그래서 숭어를 걸면 재빠르게 제압해서 물 위로 띄워야 실수가 없다는 것이다. 홍 지휘자가 숭어를 걸었을 때 표범처럼 빨라지는 이유가 다 있었다.
"뭐랄까. 목표물을 정해 정확하게 건 뒤 숭어를 잡아내면 그 기쁨은 이루 말할 수가 없어요. 사냥하던 원시 본능이 살아난달까. 엔도르핀이 막 솟죠." 홍 지휘자는 오랫동안 일했던 진주시립국악관현악단 지휘자 자리를 얼마 전 그만뒀다. 음악의 깊이를 더 다듬기 위해 단기 이탈리아 유학을 갈 예정이라고 했다. 그의 별난 취미인 숭어 훌치기 낚시는 음악과는 또 다른 예술의 한 영역이라는 생각을 했다.
숭어가 마릿수로 잡히니 객꾼이 모였다. 홍 지휘자의 후배들이 자전거 라이딩을 하다가 숭어를 많이 잡았다는 소식에 숭어회를 먹으러 왔다. 방파제에서 즉석 회파티가 벌어졌다.
"뭐랄까. 목표물을 정해 정확하게 건 뒤 숭어를 잡아내면 그 기쁨은 이루 말할 수가 없어요. 사냥하던 원시 본능이 살아난달까. 엔도르핀이 막 솟죠." 홍 지휘자는 오랫동안 일했던 진주시립국악관현악단 지휘자 자리를 얼마 전 그만뒀다. 음악의 깊이를 더 다듬기 위해 단기 이탈리아 유학을 갈 예정이라고 했다. 그의 별난 취미인 숭어 훌치기 낚시는 음악과는 또 다른 예술의 한 영역이라는 생각을 했다.
숭어가 마릿수로 잡히니 객꾼이 모였다. 홍 지휘자의 후배들이 자전거 라이딩을 하다가 숭어를 많이 잡았다는 소식에 숭어회를 먹으러 왔다. 방파제에서 즉석 회파티가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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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석에서 김밥과 함께 먹는 숭어회는 달고 찰지다. |
금방 잡은 숭어는 달고 차졌다. 숭어가 많이 잡힐 때는 산책 나온 아주머니들도 얻어가는 행운을 잡는단다. 숭어 훌치기는 가까운 곳에서 즐기는 맛있고, 짜릿한 낚시다.
글·사진=이재희 기자 jaehee@busan.com
글·사진=이재희 기자 jaehee@busa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