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봄 도다리, 봄 도다리’라고 다들 말하지만, 도다리의 제철은 논란의 대상이다. 사실 우리에게 친숙한 듯하면서도 잘 모르고 있는 대표적인 식자재가 도다리다.
일단 도다리의 정의조차 혼란스럽다. 흔히 말하는 도다리는 문치가자미를 지칭하는 경우가 많다. 문치가자미는 참도다리라고도 불린다. 문제는 가자미목의 바닷물고기 중에 생물학적 이름이 도다리인 어류는 따로 있다는 거다.

또 도다리의 개념을 넓혀 문치가자미, 강도다리, 돌도다리(돌가자미 방언)를 통틀어 도다리라고 부르기도 한다. 아예 가자미 전체를 도다리라고 말하는 경우도 있다. 음식을 제대로 논하려면, 이 도다리가 어떤 도다리인지 명확하게 말해야 혼선이 없을 것이다.

그럼 봄 도다리라는 말은 어떻게 나왔을까. 경남 통영 등지에서 봄이 오면 문치가자미가 많이 잡히면서 봄 도다리라는 말이 퍼졌다는 게 중론이다. 겨울에 산란하는 문치가자미는 12월~2월 알을 낳고 나면, 살이 빠지고 영양분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봄이 오면 문치가자미는 영양분 섭취를 위해 연안으로 올라오는데, 이 시기에 많이 잡힌다. 많이 잡히니 요리도 많이 하고 많이 먹게 된다.
초봄의 경우 문치가자미는 살이 아직 완전히 오르지 않은 상태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5~6월, 혹은 산란시기 직전인 가을이 도다리의 제철이라는 주장도 있다.

일리 있는 주장이지만, 여름 혹은 가을 도다리가 봄 도다리 이상의 만족감을 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도다리쑥국의 경우 풍성한 쑥이 국의 맛을 결정한다. 쑥의 제철은 봄이니, 도다리쑥국은 봄에 먹는 게 좋을 듯하다.

도다리쑥국이 아니더라도, 봄 도다리는 봄 도다리만의 먹는 재미가 있다. 어느새 봄 도다리는 유행이 됐고, 하나의 문화로 자리잡는 추세이다. 이런 문화적 코드를 소비하면서 느끼는 재미를 다른 계절엔 맛볼 수 없다. 연례 행사처럼 먹는 봄 도다리를 빼먹으면 왠지 허전한 기분이 들지 않겠는가. 어차피 음식은 혀로만 맛보는 게 아니다. 예쁜 음식을 눈으로도 맛보듯, 마음으로 음식의 문화적 코드를 느껴보는 것도 맛과 얽힌 추억을 한 스푼 더하는 거다. 김백상기자
글= 김백상 기자 / 카드뉴스 = 이민경 에디터 lo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