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유학 시절의 일이다. 토스카나의 주도인 피렌체에서 현지인 친구와 축구 경기를 보러 갔다. 그런데 경기장 주위를 경찰이 삼엄하게 에워싸고 있는 게 아닌가. 응원단에서는 격렬한 구호가 터져 나왔고 무장경찰이 양 응원단 사이에 버티고 서서 사태 악화를 막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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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가 아니라 전쟁 같았다. 경기도 한일전 못지않은 치열한 격전이었고 부상자가 속출했다. 무슨 축구경기기에 이토록 격렬했을까.
바로 피렌체와 시에나 간 리그전이었다. 두 도시는 토스카나 내륙의 맹주를 놓고 역사적으로 늘 경쟁했다. 그 때문에 축구 경기조차 치열한 라이벌전으로 전개된다. 이 두 도시는 역사적으로 수많은 전쟁을 치렀다. 앙숙도 보통 앙숙이 아닌 것이다.
두 도시의 처절했던 역사의 전설이 깃들어 있는 와인이 바로 우리가 즐겨 마시는 키안티 클라시코다. 이 와인의 병목에는 붉은 바탕에 검은 수탉 문장이 그려져 있다. 키안티 클라시코에만 붙일 수 있는 국가 지정 상표다. 따로 설명을 덧붙이지 않아도 검은 수탉을 보고 사람들은 와인을 신뢰하고 구입한다.
중세 시절, 두 도시는 치열한 전투를 벌였고 싸움을 종식시키기 위해 하나의 꾀를 냈다. 어느날 아침 양 진영의 닭 중 먼저 우는 쪽이 승리하는 것으로 하자는 제안이었다. 시에나 진영에선 닭을 배불리 먹였는데 피렌체의 어느 영특한 장수는 자신의 닭을 굶겼다. 이튿날이 되자 결국 배고픈 피렌체의 닭이 먼저 새벽에 울었다. 피렌체가 지금 토스카나의 맹주가 된 것도 다 이런 사연이 있다는 얘기다.
물론 실제 그런 일이 있었을 것 같지는 않다. 필자 생각에는 이것 역시 요즘 유행하는 ‘스토리텔링 마케팅’의 일종이 아닐까 짐작한다. 만약 우리도 좋은 와인 산지가 있다면 정이품송 그림을 그려 넣고 그럴듯한 전설을 만들어냈을 텐데 하고 아쉽기도 하다.
키안티 클라시코는 알코올 도수가 그리 높지 않고 산도가 적당하다. 자두·제비꽃 향기가 넘치며 잘 숙성된 것은 그윽한 담배 향이 난다. 수백 명의 생산자가 ‘Chianti Classico’의 이름 아래 각기 자신의 이름을 걸고 와인을 만든다. 스타일은 대개 비슷하며 제품 가격 차이도 작다. 한국의 와인숍에서 3만 5000원 정도면 살 수 있으며 고급은 10만 원을 넘는 것도 있다. 한국에도 50종 이상이 수입되고 있어 선택폭이 넓다. 최근의 빈티지는 모두 뛰어나다. 2003~2008년까지 모두 최상의 빈티지로 흔히 널리 알려진 키안티(Chianti)의 고급 버전이라고 보면 되며 품질 차이가 꽤 난다. 키안티는 보통 2만~4만 원대이며 품종은 이탈리아 고유종인 산 지오베제가 80% 이상 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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