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에도 지칠 줄 모르는 입질…"바다 농어보다 화끈하네요"
이재희 기자
2013-07-18 [07:59:53] | 수정시간: 2013-07-18 [15:26:57] |
3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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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남 양산시 원동면 원동철교 인근 낙동강 본류에서 배서 김진성 씨가 프리리그 채비로 40㎝ 정도의 배스를 걸어냈다. 낙동강 배스는 거센 물살을 견뎌야 하기에 힘이 좋고 바늘털이가 일품이다. |
강계와 호소에서도 천덕꾸러기가 있다. 일본에서는 한국산 가물치가 외래어종으로 골칫덩이란다. 한국에서는 배스가 악명이 높다. 한국인의 영양 개선을 위해 1960년대 미국에서 들여왔건만, 하천 생태계의 파괴자로 군림했다. 이른바 황소개구리, 블루길과 함께 배스가 그렇다.
심각성이 확인되고도 십수 년이 지난 지금, 배스에 대한 규정은 여전히 '생태계 교란 야생 생물'이지만 은근히 사랑받는 부분이 있다. 바로 배스를 낚는 '배서'들에게서다. 화끈한 손맛과 바늘털이는
일품이다. 배스 요리를 즐기는 사람은 "맛도 좋다"고 한다. '일석이조' 배스 사냥을 갔다.
■예비신랑 열혈 배서
물고기를 잘 잡는 것도 중요하지만, 조행기를 쓰고, 블로그를 운영하려면 참 부지런해야 한다. 양산천을 주 무대로 활동하는 젊은 배서가 있었다. 컴퓨터 화면으로 보니 얼굴도 앳돼 보였다. 블로그와 검색에 걸리는 글에서 단서를 찾아 직장으로 추정되는 양산시설관리공단으로 전화를 했다.
"김진성 씨 있나요?" "지금 막 퇴근했는데 어디시죠?" "부산일보 기잔데요. 연락처 좀 알 수 없을까요." "아, 진성 씨 찾는 걸 보니 낚시 때문에 그러시나 보네요. 알려 드릴게요."
기자가 목적을 말하지도 않았는데 속내를 바로 들켜 버리긴 처음이다. 알고 보니, 퇴근하면 어김없이 양산천으로, 낙동강으로 달려가는 진성 씨에게 올 전화라곤 오직 낚시 용무밖에 없다는 걸 안 선배 직원의 예리한 추론이 들어맞은 것이다.
나중에 만난 진성 씨는 황당해하면서도 내심 즐거운 기색이었다.
야간 근무를 하고 퇴근이 오전 10시로 늦은(?) 진성 씨를 기다리면 물고기가 먹이를 먹는 피딩타임을 놓칠 것 같아 약속 시간보다 훨씬 먼저 양산시 원동 화제천으로 가 있었다.
동행한 부경조구협회 김선관 회장과 원동취수장 입구 철교에서부터 낙동강과 합류하는 지점까지 샅샅이 훑었으나 배스는 없었다. 중부지방에 내린 장맛비의 영향으로 황톳물이 채 가라앉지 않았기 때문이다.
진성 씨와 몇 번의 통화 끝에 화제천이 아닌 원동천이 있는 원동면소재지의 원동철교에서 보기로 했다. 열혈 배서 김진성(28·양산시 동면) 씨는 올 10월 예쁜 아가씨와 결혼을 앞 둔 예비신랑이었다.
할아버지에게서 배운 붕어 낚시 경력만 15년. 지난 겨울 배스의 매력에 빠지면서 그 많던 민물대는 딱 한 대만 남기고 다 처분했단다.
■예비신랑 열혈 배서
물고기를 잘 잡는 것도 중요하지만, 조행기를 쓰고, 블로그를 운영하려면 참 부지런해야 한다. 양산천을 주 무대로 활동하는 젊은 배서가 있었다. 컴퓨터 화면으로 보니 얼굴도 앳돼 보였다. 블로그와 검색에 걸리는 글에서 단서를 찾아 직장으로 추정되는 양산시설관리공단으로 전화를 했다.
"김진성 씨 있나요?" "지금 막 퇴근했는데 어디시죠?" "부산일보 기잔데요. 연락처 좀 알 수 없을까요." "아, 진성 씨 찾는 걸 보니 낚시 때문에 그러시나 보네요. 알려 드릴게요."
기자가 목적을 말하지도 않았는데 속내를 바로 들켜 버리긴 처음이다. 알고 보니, 퇴근하면 어김없이 양산천으로, 낙동강으로 달려가는 진성 씨에게 올 전화라곤 오직 낚시 용무밖에 없다는 걸 안 선배 직원의 예리한 추론이 들어맞은 것이다.
나중에 만난 진성 씨는 황당해하면서도 내심 즐거운 기색이었다.
야간 근무를 하고 퇴근이 오전 10시로 늦은(?) 진성 씨를 기다리면 물고기가 먹이를 먹는 피딩타임을 놓칠 것 같아 약속 시간보다 훨씬 먼저 양산시 원동 화제천으로 가 있었다.
동행한 부경조구협회 김선관 회장과 원동취수장 입구 철교에서부터 낙동강과 합류하는 지점까지 샅샅이 훑었으나 배스는 없었다. 중부지방에 내린 장맛비의 영향으로 황톳물이 채 가라앉지 않았기 때문이다.
진성 씨와 몇 번의 통화 끝에 화제천이 아닌 원동천이 있는 원동면소재지의 원동철교에서 보기로 했다. 열혈 배서 김진성(28·양산시 동면) 씨는 올 10월 예쁜 아가씨와 결혼을 앞 둔 예비신랑이었다.
할아버지에게서 배운 붕어 낚시 경력만 15년. 지난 겨울 배스의 매력에 빠지면서 그 많던 민물대는 딱 한 대만 남기고 다 처분했단다.

■폭염 아래서 걷다
"물이 뒤집어진 흙탕물 상태잖아요. 그래서 이쪽으로 오시라고 했어요." 원동천은 물색이 많이 회복되었다. 배스는 물이 흐리면 입을 꾹 다물고 사나흘은 먹이 활동을 하지 않는다고 했다.
원동철교 아래는 한눈에 보기에도 좋은 포인트였다. 철교 교각 아래는 은신처가 많아 배스가 서식하기에 좋은 장소였다. 진성 씨가 "예광이 아버님"이라고 깍듯하게 부르는 김덕현(40·양산시 중부동) 씨는 진성 씨보다 2개월 빠른 배스 낚시 선배였다. 둘은 좋은 동반자로 취미를 함께 즐기고 있었다.
기자와 동행한 김 회장이 먼저 '히트'를 했다. 김 회장은 하드 베이트를 사용했다. 물고기 모양으로 빚은 루어였다. 일본 야마리아사의 배스 루어인데 SS타입. 립(주둥이)이 짧아 줄을 빨리 감아도 1.5m 이상 잠영을 하지 않는 타입이다. 씨알 좋은 손님고기 끄리가 먼저 고개를 내밀었다.
끄리는 입 모양이 뫼 산(山) 자처럼 생겼다. 원래 한강 수계에서 살던 육식어종인데 어쩌다 낙동강을 주름잡고 있다. 배스와 끄리 등 육식 어종이 왕성하게 번져 낙동강의 피라미와 붕어는 개체수가 눈에 띄게 줄었다.
두 번째도 김 회장의 히트. 또 끄리다. 세 번째도 김 회장. 이번엔 새끼 배스. 발 밑에서 바늘털이를 하더니 자연 방생이 돼 버렸다. "민물고기도 손맛 좋은데요." 하지만 배스는 더 이상 나오지 않았다.
조금 더 아래로 이동해 보기로 했다.
갈대가 사람 키보다 더 높이 자라 있었다. 철길과 강 사이 강변을 따라 작은 길이 있었다. 뙤약볕이 내리쬐는 강변을 걷기가 쉽지 않았다.
"저희들은 늘 이렇게 많이 걸어요. 하루종일 걸을 때도 있죠." 진성 씨는 덕현 씨와 출조를 나오면 운동량이 장난이 아니라고 했다. 배스 낚시가 젊은 층에 어필하는 이유가 있었다. 운동이 된다.
■민물의 폭군을 보다
잉어낚시꾼이 텐트를 치고 장기낚시를 한다는 곳까지 걸어갔다. 작은 실개천이 낙동강 본류와 만나는 곳이다. 진성 씨의 채비는 프리리그. 웜을 매단 바늘이 물속에서 자연스럽게 움직이는 듯한 장면을 연출한다고 했다. 주로 웜을 사용하는 이유는 이곳이 수몰된 나뭇가지나 강변을 보호하기 위해 돌더미를 쌓은 곳이 많아 밑걸림이 심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하드베이트도 잘 듣긴 하지만, 밑걸림 손실이 심하단다.
또한 프리리그 채비를 하면 물속에서 배스가 물기를 기다려 확실한 입질을 볼 수 있다고 했다. 어떨 때는 '투둥 투둥' 예비 입질을 한 후에 줄을 옆으로 휙 가져가는 장면이 나온단다.
배스는 주로 '브레이크 라인'(물이 갑자기 깊어지는 턱) 아래에 몰려 있을 가능성이 많다고 했다. 특히 물색이 흐리고 입질이 약으면 배스의 머리 위에서 웜으로 자극해야 좋은 결과가 온다고 했다.
입질이 약다고 몇 번 아쉬운 탄성을 내던 진성 씨가 갑자기 "히트"라고 소리를 질렀다. 작지만 배스가 분명했다. 진성 씨는 아이처럼 즐거워했다.
배스 낚시가 붕어낚시와 다른 점은 물고기를 자신의 의도대로 낚아낼 수 있기 때문이라고. 즉 물고기가 어떤 상태인지를 읽어내고 그에 맞는 채비를 해서 물고기를 잡는 것이다.
물고기가 좋아하는 떡밥을 넣어 기다리는 붕어낚시와는 다르고, 또한 역동적이라 배스 낚시가 매력이 있다는 것이다.
입질은 하는데 고기가 올라오지 않아 이번엔 낙동강 상류로 이동을 했다. 용당이라는 지명의 모래톱이 잘 발달한 강변이다. 제례를 지내기 위해 강가에 석축을 쌓은 흔적이 있어 배스가 많이 서식한단다.
기자의 하드베이트에도 입질이 왔다. 수심이 깊어 SS타입의 미노를 사용했는데 덜컥 4짜 배스가 걸려든 것이다. 묵직한 힘은 낚싯대를 세우기조차 버거웠다.
덕현 씨도 진성 씨도 줄줄이 배스를 낚아 올렸다. 오후 3시의 폭염 아래서 배서들은 지칠 줄 모르고 배스를 즐겼다. "배스 낚시, 바다 농어보다 화끈하네요." 김 회장의 총평이다.
글·사진=이재희 기자 jaehee@busan.com
TIP
배스 입질
"스테이"라고 읊조렸다. 그 상태로 가만히 기다리자는 주문이다. 배스는 포식자이다. 자기보다 작은 물고기나 자기 영역을 침범한 물고기, 다른 동물을 쫓아내는 습성을 지녔다. 이 과정에서 낚시인의 루어를 공격한다. 입질인 것이다. 그런데 초보 배서이지만, 능숙한 김진성 씨 일행은 마냥 기다렸다. 프리리그 채비로 브레이크 라인에 채비를 던져 넣은 후 1분 정도 기다린 것이다. 잠시 후 입질이 왔고, 결국 배스를 잡았다.
여기서 알 수 있는 사실 하나! 배스는 마냥 미끼를 물지 않는다는 것이다. 배스는 자기의 보금자리 혹은 자기의 영역, 시야로 들어온 미끼를 탐색하고 조사한 뒤 비로소 물거나 삼키는 것이다. 물고기의 자발성을 자극하는 것이 가장 중요했다.
생각해 보건대 배스 낚시는 일반 낚시와 달리 기다림의 의미가 달랐다. 낚시인은 성의를 다하되, 마지막 선택은 배스의 몫이었다. 살아가면서 이룬 훌륭한 성과가 온전히 내것만이 아닌 것은 비단 배스 낚시의 조과뿐만이 아닐 것이다. 이재희 기자
배스 입질
"스테이"라고 읊조렸다. 그 상태로 가만히 기다리자는 주문이다. 배스는 포식자이다. 자기보다 작은 물고기나 자기 영역을 침범한 물고기, 다른 동물을 쫓아내는 습성을 지녔다. 이 과정에서 낚시인의 루어를 공격한다. 입질인 것이다. 그런데 초보 배서이지만, 능숙한 김진성 씨 일행은 마냥 기다렸다. 프리리그 채비로 브레이크 라인에 채비를 던져 넣은 후 1분 정도 기다린 것이다. 잠시 후 입질이 왔고, 결국 배스를 잡았다.
여기서 알 수 있는 사실 하나! 배스는 마냥 미끼를 물지 않는다는 것이다. 배스는 자기의 보금자리 혹은 자기의 영역, 시야로 들어온 미끼를 탐색하고 조사한 뒤 비로소 물거나 삼키는 것이다. 물고기의 자발성을 자극하는 것이 가장 중요했다.
생각해 보건대 배스 낚시는 일반 낚시와 달리 기다림의 의미가 달랐다. 낚시인은 성의를 다하되, 마지막 선택은 배스의 몫이었다. 살아가면서 이룬 훌륭한 성과가 온전히 내것만이 아닌 것은 비단 배스 낚시의 조과뿐만이 아닐 것이다. 이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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