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이야기

올림픽 출전 자격

石泉 2008. 7. 17. 10:06
[하남길 교수의 올림픽 이야기] (2) 올림픽 출전 자격
2008-07-09 10:00
 영화 '우생순(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의 이야기처럼 우리나라 여자 핸드볼팀은 베이징올림픽에서도 스포츠가 '살아있는 드라마'라는 것을 다시 보여줄 것인가?

 2006년 아시안게임에서 중동의 텃세로 홍역을 톡톡히 치른 남녀 핸드볼 대표팀은 반복되는 예선전을 거치며 어렵게 본선 진출권을 따냈다.

 프로리그까지 있는 남녀 배구는 탈락의 수모를 겪었고, 축구도 만만찮은 예선을 거쳐 베이징의 초대권을 손에 쥐었다.

 제3회 세인트루이스올림픽까지는 누구나 참가 신청만 하면 올림픽 출전이 가능했다. 그러나 제4회 런던올림픽부터 개인적인 참가 신청은 받아주지 않았다.

 올림픽 본선 진출이 더 어려워지게 된 것은 올림픽의 비대화가 극에 달한 20세기 말부터였다. 전 세계 거의 모든 나라가 올림픽 참가를 희망하게 되자 예선전 성격을 지닌 각종 대회에서 힘과 기량의 탁월함을 인정받아야 올림픽이란 축제의 초대장을 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현대나 고대사회나 올림픽 출전 자격을 얻는 다는 것은 영광이다. 고도로 상업화된 특정 종목 선수를 제외하면 모든 운동선수들은 올림픽 참여를 원한다.

 하지만 출전권의 확보가 쉬운 일은 아니다. 고대 올림픽의 출전 자격 획득도 매우 어려웠다. 고대 올림픽에서는 힘과 기량만 보고 출전권을 주지 않았다. 고대 올림픽은 '성스러운 휴전 조약'을 기초로 개최됐기 때문에 이른바 '올림픽 정전(Olympic truce)' 규정을 두고, 올림픽이 개최되는 엘리스는 신성한 땅으로 여겨져 군대의 통과나 주둔이 허용되지 않았다.

 심판은 주민의 추천에 의해 선발된 자들이었고, 선발된 심판은 10개월 동안 경기에 관한 지식을 두루 습득하는 과정을 거쳐야 했다.

 운동만 잘 한다고 선수로 출전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순수한 그리스 혈통의 남자로서 정치ㆍ종교적인 형벌을 받은 적이 없는 깨끗한 자여야만 했고, 엘리스의 역원(役員)이 지(智)ㆍ덕(德)ㆍ체(體)를 겸비한 자라고 인정한 남자만 출전자격을 얻을 수 있었다.

 그리고 선수로 뽑히면 10개월 이상 김나지움(학원)에서 훈련을 받고 엘리스에서 올림피아까지 행군하며 경기 중 부정, 비열한 행동을 하지 않을 것을 제우스 신전에 맹세하는 의식(儀式)을 거쳤다.

 초기 근대 올림픽에서도 힘과 기량만 보고 무조건 출전 자격을 준 것이 아니었다. 아마추어만 참가할 수 있었던 것이다. 아마추어란 상류계층의 식자(識者)계층이었고, 아마추어 규정은 하층계급의 참여를 사실상 배제한 조치였다.

 현대의 올림픽은 체력과 스피드, 기술만 두루 갖춘다면 인종, 종교, 사회계급에 상관없이 누구나 출전할 수 있다. 고대 올림픽처럼 지ㆍ덕ㆍ체의 겸비를 요구하지도 않거니와 출신계급, 프로와 아마추어의 차별도 사라졌다.

 모두가 평등한 기회를 갖게 된 것은 다행스런 일이다. 그러나 아쉬운 점도 있다. 오직 체력과 기량만으로 승부하는 올림픽이 되고만 점이다. 베이징올림픽에서도 운동기계와 같은 선수들이 대거 등장할 것이다.

 그들도 갈채를 받을 자격이 충분하다. 하지만 우리는 지ㆍ덕ㆍ체를 겸비한 좀 더 아름답고, 우아한 선수들도 많이 볼 수 있기를 원한다.

 < hng5713@gnu.ac.kr 경상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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